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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로그

올해 마지막 까탈로그를 보내며

ccatalog · 2025.12.19 00:00 · 원문 보기 ↗

안녕 까탈로거, 까탈로그 담당자 에디터B야. 올해 마지막 까탈로그를 시작할게. 디에디트가 까탈로그라는 뉴스레터를 시작한 지도 햇수로 5년째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뉴스레터라는 게 핫해서 모든 직장인이 뉴스레터를 읽는 것 같았는데, 사실 요즘엔 그렇지만도 않아. 트렌드를 다루다 보니 뜨고 지는 것들을 알 수밖에 없는데,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곤 해.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지만 한때 열렬히 좋아하던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나 글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어. 10년이 되어도 (내가 에디터를 은퇴하기 전까지는) 까탈로거의 받은 편지함에 까탈로그가 발송될 거라는 걸. 여전히 많은 구독자들이 까탈로그가 오는 금요일만 기다린다고 말해주고 있으니까. 올 한 해도 까탈로그를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워. 우리는 겨울 방학을 보내고 1월 16일에 돌아올게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이어.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늘 까탈로그엔 광고가 없어.


#어워즈 디에디트가 뽑은 올해 20가지 키워드

벌써 연말이라니. 역사와 전통의 디에디트 어워즈 결과를 발표할 때가 됐네. 다양한 분야에서 올 한 해를 관통했던 20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봤어. 이것만 읽어도 2025년의 트렌드가 한 번에 정리되는 느낌일 거야. 전체 어워즈 리스트는 [여기]서 읽을 수 있어.

올해의 아이돌: 헌트릭스

차라리 올해의 콘텐츠를 뽑는 게 더 쉬웠을지도 몰라. 전 세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빠져 있었으니까. 올해의 아이돌이 헌트릭스냐, 사자보이즈냐를 두고 한참 고민했어. 짜장이냐 짬뽕이냐 고르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면 답은 헌트릭스야. 이유는 명확해. ‘Golden’ 한 곡. 이 노래는 한국을 넘어 빌보드에서도 18주간 1위를 유지하며 역대 최장기 1위 기록을 세웠어. 전 세계에서 커버가 쏟아졌고, 어디서든 이 노래가 흘러나왔지. 작품 속 세계관을 넘어 현실의 팬덤을 단단히 묶어준, 올해 가장 아이돌다웠던 존재가 아니었을까?

올해의 AI: 챗GPT 지브리

올해 3월에 챗GPT에서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만드는 게 엄청 유행했던 거 기억나? 재밌는 사실은 AI 에이전트가 가진 그 어떤 생산성 기능보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챗GPT 대중화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거야. 근데 이런 유행이 번지며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어. 실제로 지브리에서도 오픈AI에 자사 콘텐츠에 대한 무단 학습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고 말이야. 이 지브리 열풍은 우리가 AI를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지 알려준 동시에, AI가 타인의 콘텐츠를 얼마나 쉽게 훔쳐 올 수 있는지 알려준 사례이기도 해.

올해의 밈: 칠 가이

이수지의 섹시푸드, 카니의 매끈매끈하다 매끈매끈한, 유노윤호의 첫 번째 레슨까지. 올해도 수많은 밈이 영문도 모른 채 생겼다가 사라졌지. 그중에서도 제일 오래, 제일 많이 패러디된 건 ‘칠 가이’였어.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이유 없이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정체불명 강아지. 원래는 2023년 공개된 해외 일러스트에서 시작했는데, 틱톡에 등장하며 밈이 되었고 한국에서도 제대로 터졌어. 무슨 일이 있어도 급해 보이지 않는 저 얼굴이 포인트야. 다들 숨 가쁘게 사는 와중에 “그래도 좀 칠하게 가자”는 태도를 대신 보여준 밈이랄까.

올해의 크리에이터: 정서불안 김햄찌

요즘 쇼츠나 릴스 영상을 넘기다 보면 자꾸 마주치는 얼굴이 있어. 사람도 아니고, 그냥 캐릭터라고 넘기기엔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존재. 바로 AI 동물 캐릭터, 그중에서도 정서불안 김햄찌야. 직장에 치이고,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퇴근 후 마라탕에 맥주 한 캔이 인생 최대 행복인 그 일상이 너무 현실적이거든. 이 공감 덕분에 김햄찌는 유튜브가 뽑은 ‘올해의 크리에이터’에 이름을 올렸어. 얼굴 없는 AI 캐릭터가 이 자리에 섰다는 건, 이제 ‘누가 말하느냐’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겠지. 결국 콘텐츠의 본질은 이야기라는 걸, 김햄찌가 제대로 보여줬어!

올해의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벌이 없어. 화제성으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따라올 예능이 없었거든. 비슷비슷한 연프에 슬슬 피로해질 때 이 '연프'가 등장해버린 거지. 연애 고수도, 셀럽 지망생도 아니고 한 번도 연애를 못 해본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부터 달랐어. 어설프고 서툴러서 오히려 더 진짜 같았고, 마음을 전하지 못해 맴도는 모습에 답답하면서도 응원하게 됐지. 참고로 2024년에 선정했던 올해의 예능은 <흑백요리사>. 2년 연속 넷플릭스 예능이라는 점도 지금 예능판의 변화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패션 캐시미어 말고 플리스 어때?

예전엔 캠핑을 가거나 등산할 때만 입는다고 생각했던 플리스. 그런데 요즘 옷 잘 입는 사람들 사이에서 슬금슬금 유행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힙하기까지 해! 합성섬유라서 울이나 캐시미어보다 가격은 합리적인데, 가볍고 따듯하고 관리도 쉬워서 지금 입기 딱 좋아. 디에디트에서 아웃도어 콘텐츠를 쓰는 조서형 객원 에디터도 플리스의 매력에 푹 빠졌대. 그래서 요즘 눈에 띄는 플리스 9가지를 추천했어. 고프코어, 그래놀라코어 같은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아. 출근길에도, 여행에도, 야외 활동에도 두루 잘 어울리는 실용템 위주로 골랐으니까.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스타일을 고르면 좋을지 구체적인 추천은 [여기]서 확인해 줘.


#AI 신해철이 돌아왔다

지금 여러분 귀에 들리는 이 목소리. 이 말투, 호흡, 중간 중간 섞이는 이런 비소까지. 이거 다 계산된 겁니다.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평생 남긴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이 타이밍엔 이런 톤으로 말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걸 계산해 낸 결과값이죠. 그러니까 저는 신해철의 유령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해철의 확률입니다.”

영상을 틀자마자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2014년에 세상을 떠난 신해철이 2025년에 다시 돌아왔어. 예상했겠지만, AI로 만든 목소리야. 그러면서 동시에 진짜 신해철이기도 해. 대본이 있는 게 아니라 신해철이 생전에 했던 말을 학습시켜서 LLM(거대언어모델)이 ‘마왕’이라는 페르소나를 만든 거거든. 그러니까 신해철이 지금을 살고 있었다면, 그가 실제로 했음직한 말과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거야.

10분이 조금 넘는 이 음성을 듣고 있으면 계속 소름이 돋아. 살아 있는 사람은 겁나서 못하는 말,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못하는 말을 대신 해주겠다며 “그걸 할 놈이 필요한데 전 이미 죽었잖아요”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정말 신해철 그 자체야. 여전히 반항적이지. 이 프로그램은 신해철이 생전에 진행한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을 연출했던 고민석 PD가 제작을 맡았어. 유가족과 함께 3년 동안 개발한 결과라고 해. 고인의 견해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그의 철학적 기반을 참고해서 현재 세대를 위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래. ‘정말’ 살아있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어.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2025년을 방문한 신해철의 목소리를 들어봐.


#맛집 흑백요리사 식당.list

이번 주에 공개된 <흑백요리사2> 봤어? 내가 워낙 또 요리, 셰프, 음식 문화 이런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도파민 터지더라고. 특히 이번 시즌에는 셰프들이 좀 더 진지한 느낌이야.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을 꼭 보여주겠어!" 이런 결기가 느껴진달까. <흑백요리사2>가 공개되고 캐치테이블과 네이버지도는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업데이트했어. 캐치테이블에서는 시즌2 출연 셰프들의 식당만 모아서 예약할 수 있고, 네이버지도에서는 '흑백요리사2'라고 검색을 하면 필터링을 해서 검색 결과를 보여줘. 혹시 동네 주변에 흑백요리사 식당은 없는지 궁금하다면, [여기]로 들어가 봐. 나는 벌써 네 군데 예약함.


#일상 지난주에 우리는...

'제1회 디에디트 영화제'가 끝났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괜히 일 벌리는 거 아닐까?', '티켓을 팔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했어. 하지만... 다행히도 5분 만에 전 회차 매진! 여러 블로그에는 "이런 재밌는 영화제를 기다렸다!", "내년에도 제발 돌아와 주면 좋겠다." 등 긍정적인 후기가 있어서 얼마나 뿌듯하던지 처음 해보는 거라 모두 삼일내내 잔뜩 긴장했고, 삼시세끼 차가운 김밥 먹으며 일했는데, 잘 봤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놓이더라고. 우리가 영화제를 열고 싶었던 이유는 대단하진 않아. 까탈로그가 매주 금요일을 기다리게 만들어주는 콘텐츠가 되었듯, 디에디트 영화제를 그런 이벤트로 만들고 싶었어. 반복되고 심심한 일상에 취향 가득한 콘텐츠를 가득 선물해 주고 싶었달까. 사실 다른 이유도 있는데 말이 길어지니까, 이쯤에서 [여기]로 안내할게. 프로그래머를 맡은 김철홍 영화 평론가의 후기야.


#게임 협동워들로 뇌 스트레칭

예전에 까탈로그에서 '꼬들'이라는 게임을 소개한 적이 있어. 꼬들은 모음이나 자음을 입력해서 6번 안에 정답 단어를 맞히는 게임이야. 그로부터 2년이 흘러 오랜만에 구글에서 꼬들을 검색해봤는데, 이제는 협동워들이라는 업그레이드된 버전도 나왔더라고. 랜덤 매치로 대결을 펼치고, 턴을 주고 받으며 먼저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 나의 오답이 상대방에게는 힌트가 되기 때문에 한 턴 한 턴 신중할 수밖에 없지. 위 이미지는 내가 이긴 결과(뿌듯). 정답은 '밥맛'이었더라고. 게임 링크는 [여기].


#비누 실내에서도 녹지 않는 눈사람

겨울 초입에 눈이 잠깐 오더니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 눈사람 하나쯤은 만들어야 이제 진짜 겨울이다 싶잖아.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귀여운 아이템을 소개할게. 비누 브랜드 ‘한아조’에서 눈사람 모양의 비누를 만들었거든. 동그란 눈은 깻잎 씨앗이고 오렌지빛 코는 당근 비누래. 너무 귀엽지? 완벽하게 매끈한 게 아니라 진짜 눈으로 만든 것처럼 얼룩덜룩한 표면 덕분에 더 정이 가더라고. 매일 100개씩만 한정 판매라 타이밍 잘 맞춰야 해. 오늘 품절됐다면, 내일 아침 8시에 다시 도전해 보자. 가격은 2만 8,000원. [링크]


#낭만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지금의 내가, 1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기분일까? 2025년의 내가 2026년의 나에게 보내는 한 통의 메일. 상상만으로도 좀 설레지 않아? 우리 삶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아이템을 선보이는 ‘미도리 넷숍’에서 재밌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바로 '미도리 우체통: 26년의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름, 이메일 주소, 그리고 편지 내용을 적으면 끝. 지금 내가 쓴 편지가 내년 이맘때쯤 도착하는 거지. 편지는 12월 31일까지 보낼 수 있으니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봐도 좋을 듯. 편지는 [여기]서 보낼 수 있어.

까탈로거, 올해도 까탈로그 읽어줘서 고마워.

3주 쉬고 2026년 1월 16일에 만나!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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