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 흐름이 달라지고 있어요. 전세는 빠르게 줄고, 대출 규제는 더 촘촘해졌고, 집값은 생각만큼 내려오지 않다 보니 노후자금과 금융자산까지 주택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6만6531명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했어요. 1년 전보다 4.3% 늘어났는데요. 이 중 56.5%나 되는 3만7618명이 내집마련을 하기 위해 중도에 퇴직금을 깬 것으로 나타났어요. 퇴직연금은 노후 소득을 위한 제도인데, 지금은 노후 대비보다 주거 확보가 더 시급한 선택이 돼버린 셈이죠.
퇴직연금까지 깨는 3040의 현실
연령대를 보면 누가 가장 내집마련에 민감한지 알 수 있어요. 30대와 40대가 전체 중도인출자의 76.7%를 차지했고, 이들 대부분은 주택 구입 목적이었어요. 20대 이하에서는 전·월세 임차 목적이 많았지만, 30대 이상부터는 ‘사는 것’이 중심이 됩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대출 여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예요.
대출 규제가 만든 선택지의 붕괴
이런 선택이 늘어난 배경에는 대출 규제가 있어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었고, 규제지역 확대로 추가 대출 여지도 크게 좁아졌어요. 소득 대비 대출이 막히자 연금, 사내대출, 금융자산 매각까지 동원하는 영끌 오브 영끌이 나타난 겁니다. 과거에는 대출이 부족하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동안 전세와 집값이 동시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이 더 커져버린 거예요.
전세 사라지면서 선택은 점점 줄어
집을 사지 않더라도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전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올해 초 대비 20% 이상 줄었고, 전셋값은 45주 연속 상승 중이에요. *전세수급지수도 100을 넘겨 수요가 공급을 확실히 앞서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100 아래였던 지표가 정책 이후 급격히 올라섰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 전세 수요와 공급의 우위를 0~200 사이의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
전세가 줄어든 이유? 수요가 증가해서 일까요? 갭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들이 전세 공급 구조 자체를 바꿔버리고 있어요.
1)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됐고->아예 현금으로 매매하고 전세를 들이든, 전세입자가 전액 현금으로 보증금을 내야함.
2)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으로 확대되면서->실거주 의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동안 갭투자로 공급되던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빠져나간거죠.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는 경기도로 이동했고, 그 결과 경기도 전세 물건도 올해 들어 30% 이상 감소했어요. 전셋값 상승세 역시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어요. 문제는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입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고, 경기도 역시 공급 여력이 넉넉하지 않아요.
그래도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
내년 부동산 전망을 보면 전국 기준으로는 보합or약세를 점치는 의견도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소폭 상승을 예상하는 시각이 더 많아요. 공급 감소와 금리 인하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금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근거로 꼽혀요.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금융자산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보여요. 지난 6~9월 주식·채권 매각 대금으로 부동산 매입자금을 충당한 규모는 1조7167억원으로 2년 전보다 2배가 넘었어요. 대출은 막히는데 유동성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거죠.
물론 변수도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세금을 못 견디고 주택을 하나 둘 팔 테니까요. 그리고 보유세 개편이 어떻게 현실화될지도 시장의 긴장 요소예요. 다만 이런 변수들이 전체 흐름을 뒤집을 만큼 강하게 작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거죠.
현재 부동산은 전세는 줄고, 대출은 막히고, 공급은 감소하는데 주거 수요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연금까지 끌어오게 되고, 집을 사지 않으면 더 불안해지는 상황에 놓이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