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필수품이자 로또로 불리던 청약통장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어요. 일단 가입하고 묵혀두면 언젠가 보답한다던 공식은 깨졌고, 이제는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라는 무용론이 퍼지고 있거든요. 특히 2030 청년들이 주거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며 통장을 해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신호입니다.
로또는커녕 고점 매수?
청약통장을 던져버리는 가장 큰 이유, 더 이상 싸지 않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가격을 훌쩍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올해 민간 분양 단지 24곳 중 19곳(약 80%)의 분양가가 인근 신축 시세보다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특히 14곳(58.3%)은 시세 대비 20% 이상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에요.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오른 데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일반 분양가를 극도로 높였기 때문이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청약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아니라, 남들보다 비싸게 사는 호구 되는 길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요.
돈 없으면 꿈도 꾸지 마라?
가격도 문제지만, 돈을 빌리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워요. 소득이 적은 청년들에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거대한 벽입니다. 분양가가 오를 때 대출 한도는 꽉 묶여 있으니, 개인이 준비해야 할 생현금은 예전보다 2~3배나 늘어났어요.
여기에 가점제 중심의 공급 방식도 청년들을 힘들게 합니다. 아무리 통장을 오래 들고 있어도 부양가족이 적은 청년들은 당첨 확률이 제로에 가깝거든요. 될 가능성도 없는 로또 번호를 매달 돈 내고 사는 기분이니, 차라리 통장을 깨서 주식이나 코인을 하거나 생활비로 쓰겠다는 합리적인 선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방은 시장 기능 정지, 분양 공고조차 안 올라와
수도권이 비싼 가격 때문에 고민이라면, 지방은 아예 시장 자체가 멈춰버렸습니다. 광주나 대구 같은 대도시의 해지 속도는 수도권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이 아예 새 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죠.
분양 공고 자체가 없으니 청약통장을 쓸 일도 없습니다. 지방 거주자들에게 청약통장은 혜택 없는 적금통장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고, 이는 지역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더욱 메마르게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어요.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청약 해지라는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