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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332 포르투에서

2026.09.09 00:00 ·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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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ETTER FROM G #332

저는 지금 포르투갈 포르투에 와 있어요. 
Cuco - Pendant

서울에서 비행만 15시간, 그리고 다시 기차로 4시간을 꼬박 이동해야만 포르투에 올 수 있었어요. 꽤 오래 전, 반 충동적으로 덜컥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며칠 사이 벌써 정이 들어버렸습니다.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도시라서 그런지 하루만 있어도 웬만한 지리를 파악해서 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었어요.

드넓은 대서양을 품은 곳답게 해는 길고, 하루도 깁니다. 저녁 8시경 황금빛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늦은 저녁 아무 비스트로에 들려 와인을 주문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아요. 꼬불꼬불하고 비좁은 골목길을 내려가다보면 틈새로 보이는 동 루이스 다리. 아름다운 노을과 석양을 그저 넋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가만-히, 가장 늦게 떨어지는 해를 보며 가장 길었던 하루를 곱씹고, 오늘보다 가장 멀리 떨어진 내일을 생각해요. 고요한 동쪽의 아침 나라에서 온 저는 이런 일몰의 여유를 아무 걱정없이 즐기는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음식 맛도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고,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은 것이 포르투갈은 도파민이 없어서 오히려 담백하고 소박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긴긴 하루 끝의 여유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건가 싶기도. 

도루 강에 비친 노을을 함께 보내드리고 싶어요. 이 글에 노을빛을 담을 순 없겠지만 긴 하루의 끝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노래를 함께 보냅니다.

황금빛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며, 
G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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