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게 넘어진 적이 있었어요. 비가 오던 날이었는데, 슬리퍼를 신고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미끄러져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양 무릎에는 시원하게 멍이 들었고, 약국에서 멍크림까지 사서 열심히 발라야 했어요. 주위에 누가 봤을까 민망할 법도 했지만, 그 순간엔 창피함보다 아픔이 더 커서 괜히 서럽더라고요.
사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크게 넘어질 일이 많지 않잖아요. '내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넘어진 게 언제였더라?' 곰곰이 떠올려 보니 꽤 오래전 일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대부분 혼자 어처구니없이 넘어졌던 순간들이에요.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뎠던 날,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지고 첫발을 내딛자마자 중심을 잃었던 날.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어른이 되어 넘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치 않은 사건인 게 분명합니다.
무릎의 멍은 생각보다 빨리 옅어졌습니다. 넘어지는 순간은 그렇게 민망하고 아팠는데, 몸은 또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회복하더라고요. 평범한 일상도 가끔은 이런 소동을 만들어내니, 그것도 나름 살아가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꼭 운동화 신으세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