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문 출판사 프린츠에서 작년에 낸 책인데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까지, 총 5명의 국내 유명 작가들이 '음악'이라는 주제로 써 내려간 단편을 엮은 책입니다.
특히 저는 김연수 작가의 '수면 위로'라는 글이 너무 좋았어요. 이 이야기는 기억 속 절대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에 대한 먹먹한 그리움, 그리고 그 그리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혹은 그로부터 위로 받기 위한 마음에 관한 내용이에요. 내가 추억하는 오래된 연인 '기진'과의 이야기, 그리고 기진이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는 '엄마'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데, 두 이야기의 흐름을 하나로 잇는 건 '음악'입니다. 그 음악은 기진의 어린 시절, 우울증을 앓던 엄마가 가만히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했던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이제 달빛을 들으면 김연수 작가의 먹먹한 문장들이 함께 떠오를거예요.
'그 때 그 소리가 들렸어. 피아노 소리. 첫 음과 그다음 음. 그리고 또 이어지는 음들. 내 등 뒤에서 엄마가 피아노를 친 거였어. 거기 피아노는 원래부터 있었지만, 엄마가 피아노를 치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끔찍한 것을 예상했다가 뜻밖에 듣게 된 피아노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웠어'
'달빛'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글을 천천히 읽어보려고요. 이 여운이 꽤 오래 남았으면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