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으면 관두라" 135달러 고정가 배짱…셈법 통하지 않는 역사적 밸류에이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연일 월가의 상식을 깨뜨리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통 기업들이 상장할 때는 공모주 희망 범위를 제시한 뒤 투자자들의 수요를 보고 최종 가격을 결정하지만 스페이스X는 ‘싫으면 관두라(take-it-or-leave-it)’ 식의 135달러 고정가를 단호하게 제시했는데요. 이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 스페이스X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 7700억달러에 달합니다. 최근 상장한 인공지능(AI) 칩 제조업체 세레브라스가 희망 공모가를 계속 올린 끝에 185달러에 가격을 확정하고 상장 첫날 68% 폭등했던 전통적인 빌드업 과정을 통째로 건너뛴 셈이죠.
월가에서는 이번 스페이스X의 몸값을 두고 ‘그 어떤 수학적 계산도 통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7억달러에 불과했고 오히려 42억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현재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9개 기업 중 가장 매출이 적은 마이크론(최근 1년간 580억달러)이나 머스크의 다른 기업이자 가장 수익성이 낮은 테슬라(2025년 순이익 38억달러)와 비교해도 턱없이 고평가된 수치입니다. 공모주 컨설팅 기업 클래스 V 그룹의 설립자 리즈 바이어는 "투자자들이 수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계산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례적인 상황임을 짚었어요.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주문이 폭주하자 스페이스X는 공모주 주문 마감 시한을 당초 계획보다 하루 앞당긴 오는 10일(현지시간)에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총 75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역대급 주식 물량을 상장 주관사(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에게 배정하려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인데요. 보통은 공모가가 확정된 직후 짧은 시간 안에 배정 작업이 끝나지만 스페이스X는 11일(현지시간) 하루 전체를 온전히 주식 배정 맵을 짜는 데 할애한 뒤 12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인 주식 거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공모주 30% 개미에게 푼다…역대급 파격 배정과 상장 첫날의 리스크
이번 상장의 또 다른 파격은 전체 공모 주식의 약 30%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225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예요. 일반적인 미국 IPO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할애되는 비중이 보통 5%에서 1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실험입니다.
스페이스X는 일반 개인들이 공모주를 신청할 수 있도록 ▲찰스 슈왑 ▲피델리티 ▲로빈후드 ▲소파이 ▲모건스탠리의 이트레이드 등 미국 내 주요 대형 증권사 플랫폼들을 투자설명서에 공식 명시했어요.
하지만 이처럼 파격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배정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상장 당일 주가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상장했던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역시 전체 주식의 20~35%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겠다고 호기롭게 발표했으나 정작 최종 배정은 기대치 하단에 머물렀고 상장 첫날 주가가 8%나 폭락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요. 공모주 주문 접수가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는 실제 최종 개인 배정 비율을 확정할 수 없는 만큼 10일(현지시간) 마감 이후 11일(현지시간)에 진행될 배정 작업 결과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