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혁신, '아이폰 듀오'와 새 선장 존 터너스
애플이 마침내 첫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iPhone Duo)'를 공개했습니다. 시작 가격만 무려 1,999달러(약 270만 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인데요. 이번 신제품 발표회는 단순히 새로운 스마트폰의 등장을 넘어 애플에 있어 10년 만에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자리였습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래, 팀 쿡에 이어 애플의 세 번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존 터너스가 공식 석상에 데뷔한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새로운 CEO 존 터너스였습니다. 지난주 팀 쿡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그는 관객석 맨 앞줄에 팀 쿡과 경영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올랐는데요. 사실 작년 아이폰 17 발표회 당시만 해도 수많은 취재진이 팀 쿡과 기기 주변으로 몰려드는 동안, 터너스는 구석에서 다른 임원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터너스는 2021년부터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며 이번 폴더블폰 개발을 진두지휘한 핵심 엔지니어입니다. 맥(Mac) 컴퓨터에 자체 설계 칩(애플 실리콘)을 안착시킨 주역이기도 하죠. 애플이 그의 CEO 데뷔 시점을 가장 중요한 신제품 발표에 맞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동안 팀 쿡 체제의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는데요. 엔지니어 출신인 터너스를 앞세워 애플에 다시 혁신의 날이 밝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력하게 전달하려는 의도예요.
터너스가 야심 차게 선보인 '아이폰 듀오'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태블릿형 스마트폰입니다. 화면을 펼치면 넓은 내부 디스플레이가 나타나 두 개의 앱을 동시에 띄울 수 있어요. 영상을 보면서 문자를 보내거나, 왼쪽에 이메일 목록을 두고 오른쪽에 메시지 창을 띄워 작업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죠. 특히 기존 안드로이드 폴더블폰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화면 중앙의 '접힘 주름(crease)'을 사실상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해 완성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다만 내구성을 확보하고 기기를 두 겹으로 포개는 구조 탓에 기존 아이폰보다 체감상 확실히 무겁고 두꺼워졌다는 점은 아쉬운 요소로 꼽힙니다. 색상은 화이트와 다크 그레이 두 가지로 나오며, 10월 16일 사전 주문을 거쳐 10월 23일에 정식 출시돼요.
부품값 폭등이 부른 가격 인상, 애플의 영리한 라인업 전략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소식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기기 가격이 올랐다는 점인데요. 함께 공개된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 맥스는 전작 대비 각각 100달러씩 인상되어 1,199달러와 1,2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프로 모델에는 온디바이스 AI 구동 속도를 높이고 발열을 대폭 줄인 A20 프로 칩과, 사람의 동공처럼 조도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히는 '가변 조리개' 카메라가 새롭게 탑재됐어요. 두 프로 모델은 9월 12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아 9월 18일 출시됩니다.
애플이 가격을 인상한 결정적인 이유는 부품 가격 폭등 때문입니다. 지난가을 이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저장장치(스토리지) 반도체 가격이 무려 5배나 급등했거든요. 애플로서는 수익성(마진)을 방어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겁니다. 그래도 시장의 예상보다는 가격 인상 폭을 낮게 억제했는데, 이는 애플이 일정 부분 마진 손실을 감수한 것으로 해석돼요. 작년 아이폰 17 라인업이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던 만큼, 소비자들은 약정 할부를 통해 부담을 나누거나 기기 변경을 잠시 쉬어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발표에서 일반 '기본형 아이폰'과 '아이폰 에어 2세대'가 완전히 빠졌다는 사실입니다. 두 모델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데요. 이는 최신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고객을 자연스럽게 고가의 프로 모델이나 1,999달러짜리 듀오로 유도하려는 애플의 영리한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은 2019년 삼성이 갤럭시 폴드를 처음 선보인 이후 성장이 정체되어, 올해 상반기 출하량이 15%나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IDC는 애플의 참전이 시장에 강력한 활력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어요. 올해가 3달 남짓 남은 시점에 출시됨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2026년 전 세계 폴더블폰 전체 매출의 무려 44%를 쓸어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