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깎인 테슬라의 2분기
테슬라의 2분기 성적표가 공개되었습니다. 월가의 예상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어요. 이 소식이 전해지며 수요일 시간 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4% 넘게 하락 중입니다. 이번 달에만 약 11%, 올해 들어서는 약 17%나 주가가 빠진 상황인데요. 공교롭게도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기업인 스페이스X의 가치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시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자세한 실적을 들여다보면, 테슬라의 2분기 총매출은 282억4천만달러로, 전년 동기(225억달러) 대비 26%나 껑충 뛰며 월가의 예상치인 257억1천만달러를 훌쩍 넘겼습니다. 부문별로도 핵심인 자동차 부문 매출이 23%, 태양광 및 배터리 등 에너지 부문이 13%, 보증 외 수리 등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 매출이 무려 50%나 상승하며 외형적인 성장을 증명했어요.
하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33센트로 예상치인 51센트를 밑돌았고, 전체 순이익도 작년보다 5% 감소한 11억1천만달러에 그쳤어요. 기업이 제품을 팔아 원가를 빼고 얼마나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인 총 마진(Gross margin) 역시 16.8%로 떨어지며 예상치(19.4%)를 하회했습니다.
테슬라의 수익성이 이처럼 둔화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차량 1대당 평균 판매 가격이 떨어졌고, 회사의 부수입원인 규제 크레딧(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관련된 수익)이 줄어들었어요. 특히 테슬라는 고가의 플래그십 차량인 모델 S와 모델 X를 단종(retiring)시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 3와 모델 Y 위주로 판매 전략을 바꿨는데요. 이 때문에 이익률이 깎인 겁니다.
여기에 대외적인 어려움도 겹쳤습니다. BYD나 니오(Nio), 샤오미 같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렴하면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전기차를 앞세우며 시장 경쟁이 몹시 치열해졌거든요. 게다가 일론 머스크의 자극적인 정치적 발언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월 관계에 실망한 일부 소비자들이 테슬라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죠.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이란에서 벌어진 미국의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차 파는 기업에서 'AI·로봇' 기업으로... 머스크의 빅 픽처
테슬라의 이번 재무제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이 마이너스 11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동기나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넉넉한 흑자 상태였는데 말이죠. 잉여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건, 쉽게 말해 회사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시설 확장이나 연구 개발 같은 미래 준비에 쓴 현금이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인공지능(AI)과 각종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어요. 그 결과 영업 비용이 작년보다 47%나 급증했고, 영업 이익률은 4.1%에서 1.4%로 뚝 떨어졌습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자본 지출(Capex) 역시 전년 대비 142% 증가한 57억9천만달러에 달했죠. 테슬라 경영진은 올해 자본 지출이 무려 25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AI 컴퓨팅 인프라를 비롯해 태양광, 배터리 소재, 반도체 제조 역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는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테슬라의 미래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초점을 자동차 판매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사이버캡)'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로 과감히 옮기고 있어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낡은 생산 라인을 로봇 제조용으로 개조하고 있을 정도죠. 머스크는 훗날 AI 구동 로봇이 베이비시터나 공장 노동자, 심지어 세계적인 외과의사 역할까지 해낼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테슬라는 조만간 옵티머스 1세대 라인의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물론 당장 고객에게 판매되는 건 아니고, 로봇을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훈련 데이터 수집과 기능 개발 목적으로 먼저 투입될 계획이에요. 회사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FSD 시스템의 활성 구독자도 이번 분기에 56%나 늘어 148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다만, 원문 기사에서 짚어주듯 현재 미국 내 FSD의 정식 명칭은 '감독형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Supervised)'으로, 시스템이 알아서 운전하더라도 인간 운전자가 언제든 운전대나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테슬라와 스페이스X, 그리고 인텔이 텍사스에 공동으로 짓고 운영할 예정인 거대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 등 다음 행보로 쏠리고 있습니다. 로봇과 자율주행이라는 머스크의 원대한 '빅 픽처'가 지금의 막대한 현금 소모를 이겨내고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