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넘어 클라우드로…펜타곤 AI 사업에 대규모 인프라 대여 추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국방부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컴퓨팅 파워를 국방부에 대여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어요.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머스크의 기업과 미 군사 당국의 밀착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현재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최종적으로 결렬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요.
스페이스X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최근 몇달간 빅테크 기업인 구글 및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도 유사한 인프라 대여 계약을 체결하며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스페이스X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기존의 인프라 공급업체인 코어위브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팅 용량을 제공해 시장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경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미 국방부는 국가안보국(NSA)을 지원하고 최전선 전투원들이 일상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아마존이 정부 및 국방부 인프라 확장을 위해 500억달러를 투입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등이 주요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국방부는 특정 기술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스페이스X를 포함한 5개 기업의 AI 모델과 기술을 기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습니다. 특히 올해 초 앤트로픽과의 갈등을 겪으며 단일 공급업체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에 대한 국방부 내부의 경각심이 더욱 커진 상태예요.
xAI 인수로 덩치 키운 데이터센터…우주선 제조사의 새로운 캐시카우
스페이스X가 이처럼 거대한 데이터센터 공급망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최근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인 xAI를 인수하고 상장(IPO)을 단행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xAI가 보유했던 인공지능 그록(Grok) 모델과 방대한 데이터센터 자산이 스페이스X 내부로 고스란히 편입됐는데요. 머스크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경쟁사들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력 공급을 위해 현장에 가스 터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는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으며 투자자들에게는 데이터센터를 아예 우주 공간에 배치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기도 했어요.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AI 모델인 그록을 사용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용량을 외부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이 단기적으로 훨씬 더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구글, 앤트로픽을 비롯해 스타트업 리플렉션 AI 등과 맺은 대규모 공급 계약들을 통해 스페이스X가 거둬들일 수 있는 연간 매출만 해도 무려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에요.
다만 펜타곤과의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정계 내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군 당국이 로켓 발사와 통신 위성 관리, 미사일 추적 등 안보 핵심 영역에서 스페이스X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특히 머스크가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막대한 정치 자금을 기부한 사실을 두고 이해관계 충돌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입니다.
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비판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7년 예산안에서 AI 칩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국방 구상인 인공지능 아스날(Artificial Intelligence Arsenal)에 300억달러의 자금을 요청하는 등 군 당국의 AI 도입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스페이스X를 둘러싼 논란과 기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