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타고 제조 패권 탈환 노린다…파운드리 다지는 인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과거의 제조 패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아일랜드 공장 확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합니다. 13일(현지시간) 인텔은 아일랜드 더블린 외곽에 위치한 렉슬립(Leixlip) 캠퍼스를 확장하는 데 50억유로(약 57억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번 투자는 데이터 센터용 프로세서의 생산량을 늘리고 연구개발(R&D) 활동을 한층 더 진전시키기 위한 결정입니다. 인텔은 이를 통해 자사의 대표적인 서버용 프로세서인 제온 등의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에요.
이번 공장 확장은 인텔의 파운드리 고객사들에 대한 제품 공급을 늘리기 위한 핵심 전략이기도 합니다. 파운드리는 다른 테크 기업들이 설계한 마이크로칩을 대신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위탁 생산 부문을 뜻하는데요. 과거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인텔은 현재 대만의 TSMC 같은 강력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고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기 위해 파운드리 고객을 유치하는 초기 단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텔이 애플과 협력해 미국 영토에서 반도체를 설계 및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이번 투자가 더 많은 글로벌 고객을 끌어들이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요.
시장에서는 인텔이 이번 투자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인텔은 지난 4월 과거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했던 아일랜드 공장 지분의 절반을 142억달러를 들여 다시 사들인 바 있어요. 이는 인텔이 자사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지출 열풍 속에서 자사 제품이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됩니다.
아일랜드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대외 의존도 낮추려는 공급망 다변화
인텔의 이번 대규모 자본 투입은 기술 기업들의 외국인 직접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일랜드 경제에도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아일랜드 재정 감시 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단 3개의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 전체 법인세 수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특정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에요.
최근 AI 효율성 투자로 인해 아일랜드 현지 인력의 약 20%를 감원한 메타의 사례처럼 고용 불안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서 이번 인텔의 확장은 대규모 일자리 충격 속에서 렉슬립 지역에 수백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텔은 1989년 아일랜드를 유럽의 중심 허브로 낙점하고 1993년 첫 공장을 연 이래 현재 약 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요.
동시에 이번 투자는 복잡한 국제 정치적 압박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아일랜드가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자국으로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던 참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나가 찬드라세카란 인텔 수석 부사장은 "미국 정부도 인텔이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 내 자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균형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 외 지역에서 인텔이 보유한 주요 대형 생산 시설은 이스라엘과 아일랜드뿐입니다. 이번 아일랜드 확장은 기존 제조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첨단 제조 장비를 대거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칩 공급에 문제가 있으며 미국과 유럽 모두 대만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반드시 낮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럽과 미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