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77조 달러의 거인, 속사정은 적자 투성이?
이번 스페이스X IPO에서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실질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비즈니스는 스타링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부문이에요. 실제로 전 세계 소비자용 광대역 가입자 수가 지난 한 해 동안 두 배 이상 급증해 무려 1030만명을 돌파하며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타링크를 제외한 우주 및 인공지능(AI) 부문의 속사정은 사뭇 다릅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두 부문의 매출은 총 14억달러에 그쳤지만, 영업 손실은 무려 31억달러에 달했거든요. 스페이스X가 2002년 설립된 이래 쌓아온 누적 적자만 해도 무려 413억달러에 이르고, 1분기 회사 전체의 영업 손실도 19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로켓인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는 데만 이미 15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상태죠.
스페이스X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은 투자자 설명회에서 "지상에 기지국을 세우는 것보다 우주에서 전 세계 곳곳으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현재 1000만명 수준인 가입자를 향후 수억명까지 늘리고, 2년 내에 모바일 기기에 5G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거대한 적자는 투자자들에게 가볍지 않은 부담입니다.
가입자는 늘었지만 줄어드는 수익, '스타십'에 걸린 미래
스타링크의 진짜 고민은 외형 성장에 비해 내실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입자 수는 두 배나 늘었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10억3000만달러에서 11억9000만달러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을 의미하는 ARPU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분기 한 달 평균 86달러였던 ARPU는 올해 1분기 66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2023년 99달러, 2024년 91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매년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위성 통신 시장 조사기관 TMF 에소시에이츠의 팀 패러 회장은 "추가된 고객들이 새로운 매출을 크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는 최근 이용료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는 오히려 기존 가입자가 이탈하는 리스크를 키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집에 설치해야 하는 스타링크 단말기(터미널) 제작 비용이 일반 지상 인터넷 모뎀보다 보통 3배나 더 비싸서, 사업을 키울수록 비용 압박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앞으로의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습니다. 스타링크는 현재 저궤도에 9600개의 위성을 띄워 164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통적인 인터넷망이 닿지 않는 오지를 선점해 왔습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아마존의 레오(Amazon Leo) 프로젝트는 이제 막 2025년 4월에 운영 위성을 쏘기 시작해 아직 시장에 제품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죠. 하지만 스타링크가 더 성장하기 위해 지상 인터넷망이 잘 갖춰진 도시와 선진국 시장으로 진입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존 초고속 인터넷 통신사들과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하는데, 통신사들이 가격 할인이나 결합 상품으로 기존 고객을 방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항공사들이 잇따라 스타링크를 채택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최근 아메리칸 항공이 500대 이상의 항공기에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도입하기로 했고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알래스카 항공 등도 스타링크를 선택했습니다. 반면 델타 항공은 2028년부터 아마존 레오를 사용하겠다고 밝혀 불꽃 튀는 수주전이 예상됩니다. 금융투자업계인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제임스 래커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의 공모 예정가인 135달러보다 높은 165달러를 목표 주가로 제시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향후 거대 로켓 스타십과 차세대 'V3 위성'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데이터 용량이 현재보다 10배나 강력해져 지상 인터넷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습니다. 결국 스타링크의 미래에 베팅한다는 것은, 곧 스페이스X의 상징인 스타십 로켓의 성공에 베팅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