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데뷔 뒤에 가려진 그늘…매출총이익률 축소 경고에 주가 발목
지난달 증시에 입성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상장 후 첫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세레브라스가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억9340만달러로 전년 동기 9950만달러 대비 92% 급증하며 두배 가까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어요. 순손실 역시 지난해 2390만달러(주당 46센트)에서 올해 1400만달러(주당 22센트)로 대폭 줄어들며 경영 효율성을 입증해 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에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이상 급락하는 반전이 일어났어요.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주범은 다름 아닌 향후 마진 악화 전망이었습니다. 세레브라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에 46.5%를 기록했던 핵심 매출총이익률이 다가오는 2분기에는 36%에서 38% 사이로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매출총이익률은 회사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총매출에서 순수 제조 비용을 빼고 남은 이익의 비율을 뜻합니다. 즉 매출은 늘어나더라도 칩을 제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커져 정작 남는 장사를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월가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이에요.
세레브라스는 AI 모델 구동 인프라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지난 5월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공모가 185달러로 시작해 상장 첫날 시초가 350달러를 기록하고 311.07달러로 마감하는 등 폭발적인 랠리를 보여줬는데요. 이번 공모를 통해 6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지난 2019년 우버의 데뷔 이후 미국 기술 기업 중 가장 큰 상장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첫날의 폭등 이후 주가는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며 고점 대비 28% 하락한 226.72달러로 화요일 장을 마쳤고 실적 발표 직후 마진 우려까지 겹치며 추가 하락 압박을 받게 됐어요.
엔비디아에 도전장 던진 기술력…오픈AI·아마존 대형 계약 성과
그럼에도 세레브라스가 가진 기술적 잠재력과 대형 고객사 확보 능력은 여전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레브라스는 현재 전 세계 AI 칩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시장의 한 축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자체 개발한 고성능 프로세서들로 데이터 센터를 가득 채운 뒤 이를 통해 외부 기업들이 AI 모델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도록 돕는 컴퓨팅 파워 대여 서비스를 핵심 비즈니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사 미즈호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레브라스의 칩은 구글의 최신 텐서 처리 장치(TPU)나 지난 3월 엔비디아가 발표한 그록 3 LPU 칩보다 고속 메모리인 SRAM 용량을 몇 배나 더 많이 탑재하고 있어 처리 성능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레브라스는 올해 1분기 동안 글로벌 클라우드 거물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 센터에 자사 칩을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어요. 이에 더해 챗GPT 창시자인 오픈AI와 2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세레브라스 경영진은 단기적인 마진 압박 속에서도 장기적인 성장 가속화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전체 핵심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88% 급증한 9억1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연간 총 핵심 매출 가이던스는 8억5550만달러에서 8억6500만달러 사이로 제시됐으며 이는 중간값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69%의 견고한 성장을 의미합니다. 기술력을 무기로 빅테크 우군들을 대거 포섭한 세레브라스가 2분기의 비용 대란을 이겨내고 월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