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독주 막아라…로켓랩의 80억달러 승부수
미국의 우주 기업 로켓랩이 글로벌 위성 통신 기업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스를 8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주당 54달러 가치로 현금과 주식을 섞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이 기습적인 빅딜 소식이 전해지자 월가는 즉각 환호했고 29일(현지시간) 오전 거래에서 로켓랩의 주가는 6.8%, 이리듐의 주가는 20.8% 급등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로켓랩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대형 인수를 감행한 이유는 우주 위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맞서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가 민간 소비자와 정부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경쟁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는데요. 스페이스X가 가하는 시장의 압박으로 인해 우주 산업 전반에 거대한 구조조정과 합병 바람이 불어닥친 상황에서 로켓랩 역시 생존과 도약을 위한 초대형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실제로 최근 우주 업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글로벌스타가 아마존에 인수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위성 운영사 SES가 인텔새트를 인수했고 스페이스X마저 에코스타의 주파수 권리를 사들였는데요. 로켓랩은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로켓 발사 및 위성 제조 능력에 이리듐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무선 주파수 자산을 결합해 스페이스X의 독주를 막아설 강력한 대항마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입니다.
발사부터 운영까지…수직 계열화로 우주 패권 노린다
이번에 로켓랩의 품에 안긴 이리듐은 약 30년 전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를 개척한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한때 파산의 아픔을 겪고 재설립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지구 저궤도에 66개의 위성을 띄워 선박, 광산, 미국 정부 기관 등이 사용하는 특수 휴대전화와 장비들을 촘촘하게 연결해 주고 있어요. 특히 전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주파수 권리를 가지고 있어 우주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알짜 기업으로 통합니다.
20년 전 로켓 발사 대행업체로 첫발을 뗐던 로켓랩은 최근 몇 년간 위성 제조 및 운영 기업들을 꾸준히 인수하며 사업 영토를 확장해 왔습니다. 단순히 외부 고객의 위성을 우주로 배달해 주는 배송업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체 위성 플릿(Fleet)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야심을 품어온 것인데요. 이리듐의 기존 위성들이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버틸 수 있는 데다 지난해에만 8억7200만달러의 매출과 1억14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낸 탄탄한 현금 창출원이라는 점도 로켓랩이 미래 차세대 위성 네트워크를 설계할 소중한 시간을 벌어줄 전망입니다.
약 1만대의 위성을 거느린 스페이스X가 자체 로켓을 활용해 비용을 통제하며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우주 산업의 미래는 발사와 제조, 운영을 한 번에 처리하는 수직 계열화에 달려있습니다. 이리듐 경영진 역시 “우주 산업의 진짜 승자는 모든 과정을 내재화한 수직 계열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번 합병이 내부 비용을 낮추고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스페이스X와 진검승부를 겨룰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