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특공대에서 AI 엔지니어로, 'FDE'가 대체 뭐길래?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 고객들의 생성형 AI 도입과 활용을 직접 돕기 위해 25억달러(한화 약 3조 8천억원)라는 거금을 투입하고 6000명의 직원을 배치한 새로운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기업들이 이 기술을 실제로 어떻게 쓰고 돈을 벌 수 있는지 ‘컨설팅’해 주는 영역으로 전쟁터를 옮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프론티어(Microsoft Frontier Co.)'라는 이름의 새로운 부서를 출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직의 핵심 업무는 6000명의 직원이 고객 기업에 직접 상주하거나 밀착하여 AI 시스템 구축을 돕는 이른바 '현장 배치 엔지니어링(FDE, Forward Deployed Engineering)' 방식입니다. 이 부서에는 기존의 현장 배치 엔지니어들은 물론이고 기술 컨설턴트, 지원 직원, 그리고 특정 산업군에서 뼈가 굵은 영업 사원들까지 대거 합류했습니다. 새로운 수장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 비즈니스를 이끌던 로드리고 케데 리마(Rodrigo Kede Lima)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업 부문 CEO인 저드슨 알토프(Judson Althoff)는 이번 조직 신설의 배경에 대해 "현재 고객들은 저마다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으며,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정말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이 오픈AI의 모델을 쓸지, 앤트로픽의 모델을 쓸지, 아니면 다양한 모델을 섞어 써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기술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지, 기존 사업 프로세스를 어떻게 뜯어고쳐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기사에 등장하는 '현장 배치 엔지니어(FDE)'라는 개념은 원래 미군이 해외 기지에 군대를 전방 배치하는 방식을 본떠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어'가 IT 업계에 유행시킨 직무입니다. 팔란티어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에 직접 엔지니어들을 보내 소프트웨어 활용을 도왔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 고객의 데이터 유출이나 지식재산권(IP) 침해 우려를 막아주면서, 생태계 내의 다양한 AI 모델을 안전하게 결합해 쓸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맞춤형으로 구축해 주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입니다.
빅테크들의 FDE 전쟁, 벼랑 끝 마이크로소프트의 승부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처럼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것은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 때문이기도 합니다. 불과 이틀 전, 클라우드 시장의 강력한 라이벌인 아마존이 AI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FDE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선두권 AI 연구소인 앤트로픽과 오픈AI 역시 이미 지난 5월에 사모펀드, 은행, 컨설팅 회사들과 손잡고 자체 FDE 그룹을 조직한 상태입니다. 바야흐로 AI 기술을 파는 것을 넘어 배달하고 설치해 주는 서비스 경쟁이 붙은 셈입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자체의 절박한 사정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생성형 AI 모델을 구동할 데이터 센터를 짓는 데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에 비해 성적표는 다소 아쉽습니다. 야심 차게 출시한 AI 비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은 아직 기업들 사이에서 대중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개발자들의 필수품이었던 AI 코딩 도구 '깃허브 코파일럿'마저 새로 등장한 경쟁사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진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무려 17%나 폭락하며, 대형 테크 기업(메가캡)들 중 단연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월가에서는 AI가 코드를 알아서 뚝딱 짜주는 시대가 오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벌던 성숙한 IT 기업들의 사업 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결국 이번 신설 부서는 주가 폭락과 성장 정체라는 위기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판매업자를 넘어 기업들의 AI 전환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필수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한 승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