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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레터

[밑미레터] 메이트, AI에게 어디까지 물어봤나요?

2026.03.30 06:00 · 원문 보기 ↗
곰곰이 생각하는 대신 AI에게 모든 걸 물어보고 있다면?

메이트, 궁금한 게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저는 요즘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AI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최근에 제가 물어본 것들만 해도 건강에 대한 질문, 파스타 레시피, 가기 좋은 여행지, 심지어는 갑자기 왜 울적한 마음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질문까지… 언젠가부터 질문이 생기면 AI에게 바로 물어보고 그야말로 즉문즉설을 듣는 것이 너무 당연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주 밑미레터에 남겨주신 한 구독자분의 고민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요즘 깊이 고민하기보다 즉답을 주는 AI를 자꾸 찾아가는 것 같아요. 사유하는 법에 대해 알고 싶어요.”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혼자 생각해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보았던 것 같아요. 바로 해답을 찾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사유하는 힘이 길러지기도 했죠. 그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점점 생각보다는 검색하게 되었고, 이제는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가 궁금했던 것들이 내 앞에 짜잔 나타나는 시대가 되었어요. 물론 그만큼 편리해지고 지평이 넓어질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오늘은 사유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그럼 오늘 밑미레터를 시작해 볼까요?

최근에 혼자 깊이 사유해 본 적이 있나요?

메이트, 마지막으로 혼자 깊이 생각에 잠겨본 게 언제인가요? 산책하면서, 샤워를 하면서, 혹은 잠들기 전 하나의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경험이요. 떠올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우리의 일상은 빈틈이 생기면 곧바로 무언가로 채워지니까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몇 초, 카페에서 커피가 나오기까지의 몇 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운 순간까지. 빈 시간이 생기면 불안해서 무언가로 채워야 마음이 놓이죠. 그래서 우리는 잠깐의 여백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곧장 검색을 해요. 요즘엔 특히 어떤 질문을 던지든 그럴듯한 답을 해주는 AI가 있으니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빠르게 답을 얻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게 돼요.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답을 얻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우리가 조용히 잃어가고 있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 바로 사유의 시간이에요. 사유란 단순히 정보를 모으거나 정리하는 것과는 달라요. 사유는 의도를 가지고 어떤 주제에 대해 집중해서 생각하는 거예요. 사유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답을 찾기보다 질문과 함께 머무르며 천천히 들여다보게 도와줘요. 예를 들어 "요즘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을 때, 검색창에 '번아웃 증상'을 치는 것과 그 질문을 가만히 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에요. 검색은 보편적인 답을 주지만, 사유는 나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거든요.

모르는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우리들

우리가 사유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답을 모르는 애매모호한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하기 때문이에요. 질문이 생겼는데 답을 모르는 상태, 고민이 있는데 해결되지 않은 상태는 너무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그 불편함을 빨리 해소하고 싶어서 누군가의 답을 성급하게 가져오곤 해요. 클릭 몇 번이면 그럴듯한 답이 나타나니 즉각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느낌이 들지만, 사유의 시간 없이 일방적으로 입력된 답은 정작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무엇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들은 즉답을 내릴 수 없는 것들이에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같은 질문들은 검색해서 바로 정답을 만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거든요. 이런 질문들은 오래 품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해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가지고 있는 애매모호함을 붙잡고 질문을 품고 살아갈 때, 나만의 답이 조용히 떠오를 수 있는 거죠. 빠르게 주어진 답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지만, 내가 천천히 곱씹으며 도달한 생각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을 지나오며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어떤 것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죠.


망상과 사유를 구분하기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어요. 무작정 많이 생각하는 게 건강한 사유를 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은 사유가 아니라 망상에 가까워요.


망상은 자기중심적이에요. 그래서 문제를 깊이 파고들거나 질문의 다른 면을 보기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답 없는 질문을 계속하게 만들어요. '그 사람은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내 삶은 이 모양일까?'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와 같이 감상적이고 소모적인 질문을 하면서 계속 자리를 맴돌게 만들죠. 이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나면 뭔가 깊이 고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깨달음이나 배움도 없이 자기 중심성만 키운 것에 가까워요. 


사유는 이와 달라요. 사유는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서 고민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며 관찰하게 도와줘요. 망상이 의도 없이 생각에 끌려다니는 것이라면, 사유는 의도를 가지고 생각의 방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상사가 나에게 무례하게 했다고 했을 때 망상에 빠지면 "나를 싫어하나 봐, 나는 왜 이런 걸까" 하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빙빙 돌기 쉬워요. 하지만 사유를 할 때 우리는 "그 말이 나를 불편하게 한 이유가 뭘까? 혹시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 건 아닐까? 나는 어떤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지?"라고 질문하며 자기 중심성을 내려놓고 관찰할 수 있게 되죠.


그래서 단순히 생각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같은 시간을 들여 생각해도 사유와 망상은 나를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르게 하거든요. 


건강하게 사유하는 법

모든 것을 AI에게 물어보는 시대, 어쩌면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이 필요 없어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망상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사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볼게요. 


먼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모든 것을 바로 검색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세요. 봄에 가기 좋은 여행지 정보는 바로 검색하는 게 맞을 수 있지만, "요즘 왜 이렇게 의욕이 없지?", "나는 이 사람과 왜 자꾸 불편해질까?" 같은 질문은 검색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해요. 이런 질문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어두고 며칠간 틈틈이 꺼내 보세요.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답을 서두르지 않고 질문과 함께 머무르는 것, 그 자체가 사유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다음으로, 하루 중에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는 빈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보세요.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빼고 걸어보거나, 점심을 먹은 뒤 5분만 핸드폰 없이 앉아 있어 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하고 어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유에는 여백이 필요해요. 빽빽하게 채워진 하루에서는 내 안의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지금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망상인지 사유인지 체크해 보세요. 망상은 나를 여기저기 끌고 다녀요. 망상은 주로 바깥을 향하기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끝없이 추측하고 상상하게 만들죠. 반면 사유는 안을 향해요.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 그 감정 아래에 있는 나의 욕구나 두려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향해 나아가죠. 내 생각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면 망상에 빠져있을 확률이 높아요. 그럴 때는 잠시 멈추고 글을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생각을 글로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고 의도를 명확하게 할 수 있거든요. 


빠른 답이 넘쳐나는 시대에 천천히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쩌면 가장 용감한 일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만나는 나만의 답은, 누가 알려준 어떤 답보다 오래, 깊이, 내 안에 남을 거예요. 

🍊나누고 싶은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눠요!

매주 밑미레터 메이트분들이 보내주시는 추천템을 소개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나 장소, 영화, 혹은 이런저런 추천템을 보내주시면 이 코너를 통해서 좋은 건 같이 나눠요!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때 '젠장, 해 보기라도 할 걸'이라고 말하는것보다는 '세상에, 내가 그런 짓도 했다니' 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by Lucille Ball → 매번 주저하고 미루고 있는 제게, 내마음과 감정에 자꾸 눈감는 제게 해주고 싶은 말이예요. -하빈-
영화 "센티멘탈 벨류".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의 공백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이고 어릴적 경험이 어떻게 개인의 인생에 관여하는지 다시금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ESTJPooh-
이은경 작가님의 “아무튼, 명상” 요 책 요즘 읽었는데 재미있습니다..! 다같이 추천하고 싶어 추천합니다 ㅎㅎ
시작하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제가 게으른 완벽주의자여서.. 이 말을 보고 되게 쿵..했던 기억이 ㅎㅎ) -두부핑-
프레임이라는 책의 포인트인데요, '내가 상황이다 라는 프레임' 이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요. 그러면 타인과의 관계를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라레-

메이트들과 나누고 싶은 것 & 밑미레터 피드백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민수민수의 고민

“옆자리 직장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요.”

얼마 전에 부서 내에서 자리 이동을 하면서 옆자리 사람이 바뀌었어요. 원래 일을 못 하고 안 하는 사람인 건 아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일단, 상습적으로 지각을 합니다. 늦거나 9시 정각에 오십니다.

업무시간에는 하루 종일 휴대폰만 봅니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보면서 큭큭대며 웃어요. 동영상 소리가 그대로 나올 때도 있구요. 그것도 아니면 pc카톡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간식 드십니다. 휴대폰, 카톡, 먹는 거 외에는 뭘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가 안 바쁘냐구요? 아뇨 저는 7일째 평일, 주말 안 가리고 초과근무 하고 있습니다. 저 직원이 신입이냐구요? 아뇨 저보다 4개월 정도 경력이 더 많은 선임이십니다. 급여도 아마 저랑 비슷할 거예요. 현타가 많이 옵니다.

또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뭔가 물어보거나 이름을 부르면 대답 자체를 안 합니다. 쳐다도 안 봅니다. 저를 완전히 무시합니다. 업무 스트레스도 업무 스트레스지만, 옆의 직장동료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리추얼 메이커 슝슝의 답변

“그의 행동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게 할 수는 있어요.”

마음속에 하나의 질문을 품고 살아보기

이번 주에는 요즘 내 마음에 떠오르는 질문 하나를 골라보세요. 그리고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말고, 일주일 동안 그 질문을 품고 살아보세요. 메모장에 적어두고 틈틈이 꺼내 보아도 좋고, 산책하면서 떠올려 보아도 좋아요. 꼭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질문을 품고 불확실하고 해결되지 않은 그 상태로 살아보는 거예요. 모르는 상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 머무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질문과 함께 애매한 시간을 보낸 것 자체가 깊은 사유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제가 해봤던 생각들이네요 많은 공감과 힘을 얻었습니다. 불교의 무아라는 개념, 이런 내용.. 학창시절 생활과윤리 같은 과목에서 배웠던것 같은데 그땐 그저 외워야 해서 글자로만 봤지만 이제 다시보니 無我는 정말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아직도 그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 오늘도 좋은 레터 감사합니다.
🍊 오늘 밑미레터가 특히 너무 와닿았어요! 💖 
💕 ‘나’라는 정체성을 하나의 고정된 답으로 규정하려 할 때 우리는 그 틀에 맞지 않는 나를 부정하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아닌 언젠가 찾을 ‘진짜 나’를 기다리며 삶을 끊임없이 미루게 돼요. 이 문장이 제 마음을 강하게 찔렀어요.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아닌 언젠가 찾을 ‘진짜 나’를 기다리며 삶을 끊임없이 미루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너무 명확하게 저의 지금 상태를 드러내주어 눈물이 살짝 났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발견해가는데 집중하며 삶을 온전히 살아보기로 다짐 또 다짐해봅니다. 감사해요.
💚 진짜 나는 누구일까? 정형화된 나를 찾으려고 노력해오며 맞춰가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는데,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서 좋았습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나자신임을 인정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 오늘의 아티클 "변하지 않는 나?" 에 대한 글이 너무 반가웠어요. 제가 상담을 통해 발견한 저의 모습이기도 했거든요. 나는 외향적인 사람인데, 최근 몇 년 간 주말에 집에 있는걸 좋아하는 내가 너무 어색해요. 나는 이런 사람인데 제가 다르게 행동해서 혼란스러워요. 라는 이야기를 상담 선생님과 종종했습니다. 그때 해 주셨던 말들, 깨달았던 말들이 오늘의 아티클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되고, 저에게 리마인드를 시켜주는 장치가 된 것 같아요. 
🍊 지난 주말,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북토크를 우연히 가게 되었어요. 작가님과 고민 나누는 시간에 “진짜 나”를 찾아 전공도, 직장도 계속 바꾸는 내가 불안하고 고민이 많다 라고 말씀 드렸는데 작가님이 그러더라구요. ”진짜 나를 찾다보면 내가 생각하던 내가 아닐 때 더 실망하고 집착할 수 있다. 나를 한계짓지 말고 꾸준히 현재를 살아가라“ 북토크의 질문이 밑미까지 이어져서 밑미의 통찰력(?)에 놀랐는데요 ㅎㅎ 맞아요, 과거의 현재의 미래의 나도 나지만 나는 꾸준히 변하는 존재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가두지 않고 현재의 나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보고 월요일 아침 시작합니다☺️
🌿 항상 진짜 나는 존재하긴 하는지, 이 ‘나‘가 진짜 내가 알던 내가 맞는지 궁금하고 또 불안했는데 건드려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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