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ox

10년 전 나와의 카카오톡 대화

2026.08.21 08:03 · 원문 보기 ↗
      

"어디 한 번 해봐, 절대 안될테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IT 기업들이) 1년은 도와주겠지. 1~2년 지나봐. 도와주는 곳도 없어지지." 
"1년 뒤 힘들어질테니 그 때 싸게 인수하자." 
"힘들잖아? 그냥 버리고 나와서 너는 더 큰 곳에서 같이 대의를 모색해." 
"아 그럼 망하는거 기다려야 하나?" 
생생한 말모음!!! #땡큐베리감사🙏🏻 


안녕하세요. 이유지입니다. 

얼마 전 드라이브 파일 정리를 하다가 '이유지님과 카카오톡 대화', 내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를 저장해놓은 텍스트 파일을 발견해서 읽어봤습니다. 2016년 4월 20일부터 2017년 12월 7일까지 끄적였던 메시지였습니다. 

위에 적힌 내용은 창업 초창기에 저보다 한참 연배가 높은 기자 출신 선배 분들로부터 들었던, 피가 되고 살이 됐던(?) 이야기들입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전 회사 대표이사에게 마지막 인사하러 찾아뵈었을 때 동료와 창업(창간)하려는 저에게 해준 이야기였죠. 이 악담과 바람은 통하지 않았고,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간 10주년을 지나 11년째 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이제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바이라인 팀을 인수하고 싶다며 연락하신 분도 있었는데요. 인수를 제의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경영하는 언론사로 다 같이 들어오면 팀을 만들어주겠다는 입사 제안이었죠. 저희가 "이왕 시작했으니 지금 접을 수 없고, 한 번 해보겠다"며 완곡하게 거절하니 돌아온 말들 일부는 저랬습니다. 그 다음에 또 따로 불러서 대의(?)를 위해 창업 멤버는 버리고 너 혼자라도 오라고 설득하시다가 맘처럼 안되어서 그런지 곧 망할테니 그 때를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웃으며 말씀하시기도 했죠. 우리가 얼마 안 가 망할 거라고 생각한 동종업계 분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초창기에 이상하게도 같은 업계에 있는 하늘 같은 선배나, 또는 그동안 내가 잘해줬던 후배들,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응원이나 도움보다는 면전에서 또는 등 뒤에서 이런 나쁜 말들, 또는 우리가 잘 되는 걸 바라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려는 행위들이 귀에 많이 들려왔어요. 그 당시에 그 때문에 마음이 무척 힘들었고, 또 인간관계에 대한 실망감과 허무감을 느꼈죠. 물론 이렇게 상처 준 사람들보다는 저희를 마음으로 물적으로 도와주고 함께 해준 고마운 분들이 비교도 안되게 훨씬 많습니다.  

창업한 이후 특히 "동업이라서" 더 많이 걱정해주시고 조언해주신 선배 창업자, 기업가, 대표님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들이 펼쳐질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난 무조건 5년을 넘기고 만 10년이 될 때까지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사실 준비 없이 오직 심스키에 대한 믿음과 의리, 후배에 대한 책임감으로 덜커덕 창업을 하게 되어서 더 단단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했었죠. 그리고 정말 다양한 위기와 어려움을 넘기고 지내면서 지켜왔네요. 잊고 있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니 창간 초창기가 생각났습니다.

이 파일에 저장된 마지막 메시지는 2017년 12월 7일 목요일 오전 12시 30분 전후에 쓴 겁니다. 창간 후 1년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죠. 그 내용입니다. 

"이전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기자에만 충실하려 했다. 그게 당연하고 또 그것도 벅차다고 여겼다. 왜? 아직은 이것만 해도 더 열심히 잘 해야 하니까. 이 안에서(여기에서) 더 발전해야 하니까.

기자의 위치와 역할 그 범위를 재단하고 한계를 지었다. 그 안에서 스페셜리스트를 추구했다. 그래도 부족하다 여겼다.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계를 두지 않는다. 내가 예전에는 못하고 안한다고 한 것을 완전 내키지도 않고 잘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두렵지만 한걸음씩, 아니 큰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그 변화를 감당하고 또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내가 바이라인을 하면서 바뀐 큰 변화다. 그건 생각과 자세의 변화다. 그 와중에 괴로움과 혼란도 컸다. 뭔가는 포기해야 하고 경중을 바꿔야하고 이전에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걸 못하는것을 보고 마주하는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초창기 IT 전문 기자로 계속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과 회사를 운영하고 구성원들과 함께하고 돈을 벌고 성장·발전시켜 나가며 경영해야 하는 현실에서 해온 고민과 성장통이 느껴지네요. 많이 컸습니다. 저도, 바이라인도. (><)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힘들고 어려운 심경을 나와의 대화창에, 휴대폰 메모장에 많이 썼었죠. 그러고 보니 요즘엔 심경을 담은 짧은 글도 잘 안적고 있네요. 오랜만에 10년 전 창간 초반 무모한 감이 있던 병아리 시절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그래도 내 스스로 다짐한 것을 지켰고,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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