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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니 시원해졌다고?

2026.08.14 08:03 · 원문 보기 ↗
      

안녕하세요. 금요일의 심스키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37, 38도를 오르내리더니 이번 주 들어 거짓말처럼 시원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걸 보며 절기라는 게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역시 입추가 지나니 시원해졌다며, 옛날 사람들은 참 현명하다고까지 이어집니다. 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의심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가.

기억을 더듬어보면 오히려 반대입니다. 예년에는 “입추가 지났는데 왜 아직 이렇게 덥냐”는 말을 하며 여름을 났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근거 없는 기억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기준으로는 입추의 평년 기온이 그보다 앞선 절기인 대서보다 오히려 1도 정도 더 높다고 합니다. 이름은 가을의 문턱이지만, 통계로는 여전히 한여름 한복판인 셈입니다. 게다가 최근 10년 사이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는 그전 10년보다 열흘에서 한 달 가까이 빨라졌고, 끝나는 시기는 8월 중하순으로 열흘가량 늦어졌다고 합니다. 절기는 그대로인데 더위가 절기를 앞뒤로 밀어내며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입추 직후에 갑자기 시원해진 건 사실 예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기상청도 올해 8월 중순까지 낮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절기와 날씨의 우연한 일치 하나를 붙잡고 “역시 절기는 정확하다”고 말합니다. 어긋났던 해들은 아무도 다시 꺼내지 않습니다. 올해 우연히 맞아떨어지니 마치 매번 그래왔다는 듯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정말 절기의 정확성을 믿어서 그 말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기상전문가가 아니라면 오늘 왜 갑자기 시원해졌는지, 사실 아무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우리는 그저 “입추가 지나서 그렇다”는 말로 간단히 설명합니다. 수천 년 전에 누가 정해놓은 이름 하나가, 오늘의 우연을 설명 가능한 것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그러니 절기가 맞았다는 감탄은 사실 절기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에 이유를 붙이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날씨는 몰라도, 마음은 그렇게 편해집니다.

요 며칠 퇴근 이후 에어컨을 틀지 않았습니다. 올해 더위가 끝인지 그냥 일시적 시원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며칠만이라도, 이 서늘한 바람을 이유 없이 그냥 누리기로 합니다. 곧 다시 더워지면, 저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며칠을 잊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