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일기장과 펜을 꺼내어 종이 위의 고요함을 만들어 낼 때 저는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서랍 속의 크고 작은 물건들을 정리할 때도, 잠시 허공에 질문을 띄워볼 때도, 이 책과 저 책 사이를 들춰볼 때도 제 책상에서만큼은 무엇을 하든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지요. 주변에는 온통 손에 익숙한 물건들이 가득하고, 저는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아늑하고 치열하고, 또 느릿한 시간을 보냅니다.
님의 책상 위의 시간은 주로 어떻게 흘러가곤 하나요? 또 어떤 도구들이 나름의 질서를 지키며 자리하고 있나요? 오늘의 포포레터는 다양한 이들의 책상 위를 구석구석 탐방하듯 관찰하며 발견한 관점들을 담아 전해봅니다.
from. Editor
|
|
|
낯선 관점으로 도구를 바라보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온 포인트오브뷰에게 '책상'은 도구만큼이나 흥미로운 탐구 대상입니다. 그중에서도 포인트오브뷰가 도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세우는 데 영감을 준 '프로이트의 책상(Freud's Desk)'을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 해요.
|
|
|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꿈과 무의식을 관찰하며 인간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바꾼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주로 자신의 서재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집필에 전념했는데요. 서재 중간에 놓인 무게감 있는 책상 위에는 그가 주로 썼던 몽블랑 만년필과 필기구, 진료기록들, 그리고 평생에 걸쳐 수집해 왔던 이집트, 그리스, 중국, 인도의 조각상과 고대 유물들의 일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
|
마치 청중처럼 프로이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조각상들은 감상을 위한 장식품 혹은 취향에 따른 수집품에 그치는 게 아닐까 했지만, 그가 발표한 이론에 밀접한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연구 활동에 깊이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매일 아침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길 때면 책상 오른쪽에 놓인 고대 이집트 신화 속 지혜의 신 토트 조각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업을 시작했다고도 하는데요. 이러한 점을 비춰보았을 때 그가 사물의 표면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가치와 의미를 찾고, 생명력을 부여하며, 이들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
|
책상 위의 조각상과 고대 유물들, 다른 수집품들은 연구와 집필 활동에 직접적으로 소모되는 종이와 펜과 같은 실용적인 도구는 아니었지만, 그와 정신적인 교류를 맺으며, 또 다른 영역에서 은유하고, 사유하는 도구였습니다. 영국의 학자이자 작가인 마리나 워너는 그의 사물들을 두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주변을 매우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공예품으로 둘러싸여 있기를 좋아했으며 그것은 그의 사고의 도구이자, 상상력을 위한 조리 기구였다." __ 마리나 워너(Marina Warner) |
|
|
포인트오브뷰는 프로이트가 그의 도구와 상호작용했던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책상 위를 두 개의 공간으로 구획해 보기로 합니다. '영감의 발상과 생각의 환기가 이루어지는 산책적 공간'과 '글쓰기와 드로잉과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는 작업의 공간'으로요. 도구도 그에 따라 영감의 마찰을 일으키는 '산책적 도구'와 창작 활동에 실용적으로 쓰이는 '효율적 도구'로 나누어 바라봅니다. |
|
|
님에게는 어떤 효율적 도구와 산책적 도구가 있나요?
포인트오브뷰가 제안하는 관점에 따라 도구를 분류해 보세요. |
|
|
Efficient Tool 효율적 도구
창작 경험과 작업 밀도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 도구는 탁월한 기능을 갖춰 편리를 더하거나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말합니다. 만년필, 연필, 물감, 종이, 자와 같이 창작 활동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도구들입니다. 작업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효율적 도구들 지니고 있지 않나요?
|
Primitive Tool 원초적 도구
창작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를 얘기합니다. 스케치용 연필이나, 작업 일지를 기록하는 노트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도구이지요. 다만 꼭 형태를 가진 도구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하려는 주제에 관한 생각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도 원초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
|
Inspiring Tool 산책적 도구
창작의 또 다른 영역에서 영감의 마찰을 일으키는 산책적 도구는 생각을 환기하고, 작업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문진이나 모빌처럼 시선을 머무르게 해 잠시 산책을 떠나는 기분을 선사하는 오브제처럼요. 소개해 드리는 거품 시계는 정확한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거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사물입니다. 책상 위나 창가 앞에 두고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시간을 잊게 하고, 시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죠.
|
Ritual Tool 관습적 도구
창작자의 곁에서 함께 작업을 준비하는 도구를 의미합니다. 작업의 시작부터 마무리하는 과정 속 일관되게 갖고 있던 습관이나 루틴을 차근히 되짚어 보세요. 그때마다 함께 한 도구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포인트오브뷰 스태프들은 작업 시작 전 취향에 맞는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거나 달콤한 초콜릿으로 기분을 끌어올리며 스타트 포인트를 끊기도 합니다.
|
|
|
포인트오브뷰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책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
|
|
디렉터의 책상
Director 김재원
책상에 앉을 때 크게 두 가지 모드가 있는 것 같아요. 회사 경영이나 회계와 관련한 업무처럼 이성적인 일을 할 때와 기획을 포함한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의 일을 할 때로 나뉘죠. 숫자를 다루는 계산적인 일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도 모두 책상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책상은 이성과 감성의 교차편집이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모드에 따라 일을 시작하는 루틴은 어떻게 다른가요?
보통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음악을 트는데 엑셀을 정리하거나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업무에 가까운 일을 할 때는 가사 없는 음악을 틀어두는 편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때는 장르에 상관없이 감각을 깨울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나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합니다.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갖도록 도와주는 세팅을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해요.
|
|
|
저는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기획·컨설팅 일을 시작할 때 문을 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해요.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 마치 문 너머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인데요. 문을 열지 말지 고민하기도 하고, 문을 열면 얼마나 깊이 들어갈지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그 문을 열기도 하죠.🚪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 수많은 문들이 있는 공간이 나오잖아요. ‘책상’은 그렇게 다양한 문들을 품고 있는 방을 여는 가장 큰 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처럼 원하는 공간, 꿈꾸던 장소로 바로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런던이나 도쿄에 가는 것처럼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내가 상상하고 그리던 세계로 갈 수 있는 것을 얘기해요. 심지어는 컴퓨터가 없는 책상에서도 내 손 하나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가능성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
|
|
Q. 최근 새롭게 연 문은 무엇인가요? 올해 새로 출시할 예정인 포인트오브뷰의 스몰 레더 굿즈를 준비하고 있어요. 제품에 적합한 좋은 가죽을 찾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가죽 원단을 공수해 와서 하나하나 자르고 붙여 스와치를 완성하고, 필통과 지갑 등 다양한 제품의 샘플을 만들어 보는 중이에요. |
|
|
브랜드 디자이너의 서랍 Brand Designer 임두희
책상에 앉아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켜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날 해야 할 일을 리스트업 해요. 제 책상과 서랍에는 많은 물건들이 가득 차 있어 다른 분들에게는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질서가 존재해서 저는 제 책상에서 물건을 잘 찾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공간'이라는 안정감이 더 생기는 것 같고요. 서랍 속 미니 핀치는 복잡한 책상 위를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요. 특히 제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종이 샘플들을 묶어놓는 용도로 자주 사용하고 있죠. 상아색 프레라 만년필은 휴대가 간편해서 늘 들고 다니고 있어요. 블랙윙 연필은 여태까지 쓴 연필 중에 필기감이 가장 부드럽고 진해서 잘 쓰고 있어요. 이제 3cm 남았답니다! |
|
|
브랜드 매니저의 필통 Brand Manager 이화영
일기를 쓰기 전 만년필과 잉크, 노트를 펼쳐 놓고 고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갖는 혼자만의 소소한 행복이랄까요. 처음 고가의 만년필을 구매하고 소넨레더 케이스를 쓰게 되었는데, 이 칸들을 모두 채우고 싶은 마음에 만년필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면서 잉크와 노트, 딥펜 같은 도구에도 관심을 쏟게 되었어요. 특히 만년필과 상성이 좋은 ‘토모에 리버s’ 종이로 제작된 호보니치 플래너에 다양한 굵기의 펜으로 시필해 보고 있어요. 저의 또 다른 취미는 잉크를 조색하는 것인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 2~3개의 잉크를 섞어 원하는 색을 만들면 기록할 때 큰 즐거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이로시주쿠 잉크는 색이 맑고 다양해서 조색할 때 주로 사용하곤 합니다. |
|
|
포토그래퍼의 아카이빙 Photograher 이은정
제자리에 있는 도구들을 하나씩 제 앞으로 꺼내오는 것을 시작으로 책상 위의 시간을 열곤 해요. 저는 물건 카테고리를 분류해서 한 데 잘 모아두고, 정돈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상자, 캐비닛과 같은 아카이빙 도구들과 정리를 도와주는 아이템이 많아요. 최근에 구매한 레데커 책솔은 제게 한 권 한 권 소중한 사진집이 손상되지 않도록 부드럽게 먼지를 닦을 수 있어 아주 잘 사용하고 있어요. 또 리히트랩의 데스크 트레이도 저의 성향과 잘 맞는 제품입니다. 네임택에 간략하게 메모해 두고, 책상 옆에 쌓아두면 필요한 자료를 쉽게 꺼낼 수 있어서 효율적이에요. |
|
|
숍 스태프의 노트 Flagship Store Staff 윤소희
저는 이렇게 좋아하는 책들을 쌓아 놓고, 책상 위에 조그만 책상을 만듭니다. 일반 책상 높이에서 글을 쓰다 보면 목이랑 어깨가 아파서 생각해 낸 방법인데, 이 위에 노트를 올리고 필기하면 기분도 좋아진답니다. 주로 사용하고 있는 노트는 트롤스 페이퍼의 핑거 페이퍼 노트와 MD 노트인데요. 하나는 세상을 탐구하는 노트, 다른 하나는 저를 탐구하는 노트 두 가지로 나누어 쓰고 있어요. 노트에 제가 생각하는 것들, 좋았던 문장들을 적어두고 나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이 노트들이 켜켜이 쌓였을 때 나올 결과물들을 기대하며 계속 적고 있어요. |
|
|
때로는 평평한 직사각형 책상을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작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 틀을 깨고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집필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욕조부터 회전식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공간을 저널을 통해 만나보세요.
|
|
|
- 하루 18시간 글을 썼다고 전해질만큼 집념이 대단했던 달튼 트럼보는 하루 종일 🛁 욕조에 틀어박혀 받침대를 두고 타자를 치면서 각본을 썼다고 합니다.
- 콜레트, 마르셀 프루스트, 트루먼 카포티, 제임스 조이스 등 많은 작가는 🛏️ 침대에서 글을 썼다고 알려져 있죠.
- <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과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정원에 있는 🏡 헛간과 오두막을 글쓰기 공간으로 만들어 두기도 했습니다.
|
|
|
저널을 다 읽어 보셨다면, Keyword Card를 통해
다양한 분들이 남기고 간 흔적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
|
|
연필을 사각사각 깎는 소리가 창작자의 움츠렸던 손과 감각을 깨우는 곡, dnè의 <First Conversation>을 시작으로 책상 위의 시간을 기분 좋게 흐르게 할 음악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다양한 작업을 펼칠 때 함께 재생해 보세요! |
|
|
✏️ 온라인 기획전ㅣ《My Own Desk Tools》나의 시작을 도와줄 책상 위 문구들을 소개하는 기획전 《My Own Desk Tools》이 온라인숍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다양한 노트와 펜, 메모패드, 필통과 같이 자주 손에 닿고 쓰이는 기본적인 문구부터 POV Original 일부 상품들을 기획전 기간 동안 10~2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특별한 혜택을 누려 보세요!
🕰️ 2.23(금) - 3.8 pm 6:00까지
✔︎ 해당 기획전은 온라인에서만 진행됩니다.
|
📬 Epehemera Cabinet 신청 안내
포인트오브뷰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이페메라 캐비닛은 전시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부터, 창작자의 엽서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지류들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포스터, 엽서, 브로슈어, 스티커' 등 다양한 이페메라들로 이페메라 캐비닛의 이야기를 채울 분들을 상시 모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 주세요.
🙋🏻 이페메라 캐비닛에 비치된 이페메라들은 누구나 한 장씩 가져가실 수 있어요.
|
|
|
오늘의 편지, 어떠셨나요? 님이 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책상 위의 모습들이 오늘만큼은 낯설게 다가오길 바라며! 편지를 찬찬히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답장을 보내주세요! 그럼 포포레터는 3월에 다시 찾아올게요! |
|
|
일상의 창작자를 위한 <포포레터>입니다. 창작의 풍경 속 다양한 관점을 함께 나눠 보아요.
Point of View letter@pointofview.kr 18, Yeonmujang-gil, Seongdong-gu, Seoul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