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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레터

vol.20 사각사각, 연필을 깎는 시간

2025.09.18 08:31 · 원문 보기 ↗

요즘 저의 소소한 기쁨은 연필을 깎는 시간을 고요히 누리는 일이에요.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사이 마음이 환기되고, 생각도 뾰족하게 다듬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전에는 블랙윙 연필을 주로 사용했는데 포인트오브뷰 오리지널 연필이 나온 뒤로는 이 연필만 사용하고 있죠. 종이에 닿을 때 부드럽게 착 감기는 느낌,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진하고 매끄럽게 써지는 필기감에 완전히 매료되었거든요.


연필을 쓰면 쓸수록, 나와 호흡하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얼마나 쓰고, 그리는가에 따라서 길이가 짧아지고, 손에 들어가는 힘에 따라 연해졌다가 진해지기도 하니까요. 그런 연필과 함께 천천히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담아 9월의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 ! 이번 레터의 표지는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김목요 작가의 작품입니다. 손끝에서 태어난 섬세하고도 다정한 풍경이 오늘, 마음에 닿는 한 장면이 되기를 바라요!



From Editor

닳는 만큼, 닮아가는  
그림 작가 김목요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김목요 작가는 연필이 자신과 닮아 있는 재료라고 말합니다. 종이 위에 옅게 내려앉는 연필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한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연필과 그녀 사이의 닮은 점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필 끝이 무뎌질 때마다 심을 깎아내듯, 작가 역시 긴 시간을 들여 자신을 세밀하게 다듬어 온 듯했습니다. 나로 살아간다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나만의 그림을 찾아가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그려온 날들. 그렇게 축적된 시간들이 작업대 옆 수북한 연필밥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여 왔을 겁니다.

“연필이 가장 잘 맞는 재료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걱정이 많은 편인데,
그런 제 마음을 잠재워주는 도구가 연필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연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필은 장단점이 분명한 재료인 것 같아요. 우선 장점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연필로 그린 장면은 시간이 지나면 마치 과거의 추억처럼 남는다는 거예요. 반면 단점은 색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수박을 그린다고 하면, 수박의 청량한 색감을 연필만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거든요. 또 여러 사물이 겹쳐 있는 장면에서 색이 있으면 쉽게 구분되지만, 연필은 명암만으로 표현해야 하니 그 부분을 더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어요.
 
명암 표현 외에도 연필로 작업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텍스처를 고르게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제 작업이 아주 특별한 주제를 다루거나 형태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텍스처를 통해 그림의 개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필 특유의 광이 돌지 않도록 연필을 가볍게 겹쳐 쌓으면서 질감을 만드는데, 이 과정이 큰 그림에서는 꽤 까다로워요. 연필심을 둥글게 굴리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텍스처를 만들어야 하고, 되도록 힘을 빼고 그리는 게 중요하죠.

어떤 연필을 쓰느냐에 따라 작업의 느낌도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은 주로 어떤 연필을 사용하시나요?

현재는 단종된 모델인데요. ‘마이크로 8000’이라는 연필을 오랫동안 써왔어요. 어느 날 해당 모델이 생산이 중단돼서 점점 구하기 힘들어졌는데요. 최대한 비슷한 연필을 구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인 ‘연필의 클래식’을 통해 정보를 구했죠. ‘마이크로 8000과 비슷한 다른 연필이 있을까요?’하고 글을 남겼어요. 이후에 정말 고맙게도 연필 귀인이 나타났어요(웃음). 정보만 전달해 주신 게 아니라 직접 여러가지 연필을 보내주신 거예요. 그중 하나가 바로 ‘하이유니’였어요. 기존에 쓰고 있던 마이크로 8000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내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연스레 하이유니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저는 작업을 시작할 때 종이 여백에 
먼저 ‘망쳐도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라고 적어두곤 해요.”
 
작가님은 작업을 시작하며 백지를 마주하면 어떤 마음이 들곤 하시나요? 저는 글을 쓸 때 백지를 띄워 놓으면 늘 막막함이 먼저 밀려오더라고요.


저는 일단 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요. 저는 조금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데 편향된 사람이라, 어떤 일이든지 시작할 때 ‘망하면 어떡하지’, ‘이거 잘 안되면 어쩌지’, ‘통과가 안되면 어떡하지’ 와 같은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러다 보니 작업을 시작할 때 겁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비싼 종이에 뭔가를 그릴 때 바로 그리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종이 여백에 망쳐도 돼, 천천히 해도 괜찮아 같은 말을 적어두거든요. 그렇게 쓰고 나면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작가님의 작업에는 일상의 면면들과 자연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리는 대상을 고를 때 공통으로 관통하는 점이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껴요. 그래서 그런 순간들이 더 귀하게 다가오고 또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아주 사소하거나 하찮아 보이는 것일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하수구 옆에 피어난 꽃처럼요. 그런 장면과 감정을, 그림을 통해 붙잡아두고 싶어요. 


그림을 통해 조용히 말을 거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더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세상에는 그림도, 글도, 말도 정말 많잖아요. 이미지와 게시글도 넘쳐나고, 온통 소리로 가득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 세상 속에서 저는 그래도 계속 그림을 그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고, 어쨌든 무언가를 계속 내보여야 하는데요. 기왕 그렇게 할 거라면, 너무 시끄럽지 않고, 고요하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 마음에 조용한 파동이 이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해요.


저와 비슷하게 조용한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제 그림을 만났을 때 그런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림을 그릴 때 ‘내 목표는 이거야’하고 명확히 정해두고 작업하지는 않지만요. 정말 신기한 건, 제가 그리는 세상을 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살아있구나. 나만 느꼈던 게 아니구나. 내가 살아서 무언가를 하는구나’하는 실감이 나죠.


포인트오브뷰 연필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포인트오브뷰 오리지널 연필은 70년 전통을 지닌 일본 연필 공장에서 만들어졌어요. 직접 일본을 오가며 꽤 긴 시간이 소요된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요. 짙은 흑연과 손에 쥐기 편한 육각형 바디, 종이에 닿았을 때 매끄럽고도 부드럽게 나아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필은 B, 2B, 4B 총 3가지 경도로 구성되었어요. 포인트오브뷰 오리지널 연필로 작업해 본 김목요 작가의 후기를 나눠봅니다.

나뭇결이 좋지 않으면 연필이 부드럽게 깎이지 않는데,
포인트오브뷰의 연필들은 나뭇결이 좋아
스무스하게 깎여 기분이 좋았어요.

'라이팅 연필(B)'은 필기할 때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침 일기를 쓸 때 사용해 봤는데 필기감이 매끄럽더라고요. 

'문라이트연필(2B)'은 작업할 때
사용하기에 가장 좋다고 느껴졌어요.
부드럽고 보슬보슬하게 질감을 쌓을 수 있어
앞으로의 작업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로잉 연필(4B)'은 부드럽고 묵직해서
러프한 스케치를 하기에 적합할 것 같아요.
Daylight & Moonlight 연필 세트는 낮과 밤의 서사가 담겨 있어요. 데이라이트 연필은 낮에 쓰는 연필, 좀 더 진한 2B 경도의 문라이트 연필은 밤에 쓰는 연필이죠. 낮과 밤의 시간에 따라 도구를 달리하며 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Writing & Drawing 연필 세트는 쓰기와 드로잉의 순수한 기쁨을 전합니다. 일상적 쓰기에 편안한 라이팅 연필, 4B 경도로 부드럽고 묵직한 느낌의 드로잉 연필 각 3자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각과 장면을 그려내는 모든 과정에 함께 해보세요.
김목요 작가와 협업을 통해 출시한 연필 컬렉션을 한 눈에 모아보았어요. 작가님만의 차분하고도 고요한 작품들을 다양한 문구로 만나볼 수 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은 포인트오브뷰 온라인숍을 통해 살펴봐 주세요!
연필과 함께하는 도구

음표 모양 지우개

6921 Office Eraser

1,500

연필은 마음껏 실패해도 괜찮은 도구입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있도록 도와주는 지우개가 있기 때문이지요. 음표 모양의 지우개는 그런 새로움을 즐겁게 열어줍니다. 플라스틱과 프탈레이트가 없는 천연 소재로 만들어져 안심하고 사용할 있으며, 손끝에 닿을 때마다 괜히 흥얼거리게 됩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  

롱포인트 연필깎이
10,000

롱포인트 연필깎이는 심을 길고 날렵하게 다듬어, 필기 흐름이 오래 이어지도록 도와줍니다. 짧은 심이 금세 무뎌지는 것과 달리, 길게 뻗은 심은 종이 위에서 정교한 마찰감을 오래 선사하며 자유로운 필기를 가능하게 하지요. 또한 투명한 창을 통해 연필밥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휴대하기에는 물론 정리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레더 펜슬 캡

Leather Pencil Cap
12,000

뾰족한 연필심은 경쾌한 필기감을 선사하지만, 가방이나 필통 속에서는 뜻하지 않게 상처를 남기곤 합니다. 순간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레더 펜슬캡입니다. 최상급 그레인 가죽으로 만들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광택과 은은한 결을 드러내며, 손끝에 머무는 감각마저 하나의 즐거움이 됩니다

몽당 연필 홀더

HB Pencil Holder With Blue Eraser
5,500

연필의 시간을 조금 길게 붙잡아 주는 연필 홀더입니다. 손에 익은 연필이 닳아도 끝까지 함께할 있도록 돕지요. 작은 클립이 달려 있어 책상 위에 무심히 올려두어도 굴러가지 않고, 어디에나 가볍게 꽂아 있습니다. 끝에는 지우개까지 달려 있어, 연필 자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 권의 작은 이야기, 책연필 스토리 에디션

애서가들을 위한 도구인 책연필을 만들어오며, 포인트오브뷰는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물성에 더 주목하게 되었어요. 책의 첫 장을 펼칠 때의 기분, 마음에 닿는 한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두근거림, 밑줄을 그을 때 책과 자신 사이에 비밀이 생긴 듯한 미묘한 감정들. 그로부터 기획된 책연필 스토리 에디션은 한 권의 책을 닮아있습니다.


각각의 책연필은 네 가지 컬러로부터 영감을 얻어 포인트오브뷰가 기획한 작은 소설집을 품고 있어요. 형태 또한 책의 요소를 본떠 만들었으며, 색연필로 그린 삽화들을 품고 있죠. 네 가지 테마의 책연필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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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도착한 답장들

◌ 기차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소개해 주신 코너가 좋았어요. 예전에 했던 기차 여행의 설렘이 떠올라서 여름 기차 여행을 계획해 보고 싶어졌어요.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여행 관련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은 처음 혼자 했던 여행을 평생 잊지 않는다." 이 부분을 보고, 제가 혼자 여행했던 날이 생각났어요.
Point of View
letter@pointofview.kr
18, Yeonmujang-gil, Seongdong-gu,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