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가량님과 이번 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보면 좋을까 머리를 맞대던 중, 매일 사용하고 있는 각자의 애착 도구들에 관해 담아보면 어떨까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애착(愛着)'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사랑 애'에 '붙을 착'을 쓰더군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사랑이 무언가에 '착'하고 달라붙어 있는 듯한 모양새가 떠올랐습니다. 애착 도구란, 곁에 늘 가까이 있는 물건을 넘어서 나의 애정이 촘촘히 묻어나는 그런 '단짝' 같은 존재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 역할을 오랜 시간 해내 온 것은 아무래도 '문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문구는 우리의 손과 마음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도구이기도 하니까요. 손의 힘을 묵묵히 받아내며, 내면의 이야기를 먼저 마주하는 펜과 종이들. 레터를 쓰는 지금도, 제 옆에는 매일 지니고 다니는 작은 검정 노트와 펜이 놓여 있어요. 때때로 그 어떤 물건보다 진솔하게 저를 지탱해 주곤 하는 물건들입니다. 요즘, 님의 애착 도구, 곁에 착 붙어 있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From 에디터 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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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끼던 자전거가 쏟아지는 비를 맞고 있는 것을 보고,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서둘러 옮긴 적이 있어요. 행여 안장이 젖을까, 체인이 녹슬까 걱정되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아침 등굣길을 함께 하고, 동네 어디든 저를 데려다주었던 자전거가 세찬 비를 맞는 것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였기 때문인데요.
시간이 한참 흘러, 우연히 보게 된 이케아의 램프(Lamp, 2002) 광고는 그런 제게 꽤나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어요. (16년 뒤인 2018년, 결말을 바꾼 광고 캠페인을 다시 선보였지만요.) 비 내리는 캄캄한 거리, 버려진 낡은 램프에 묘한 애틋함이 느껴질 때쯤, 화면 속에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나 냉정하게 말합니다. "사물은 감정이 없습니다. 새것이 훨씬 좋죠!"라고요. 사물이 감정을 지니지 않았다는 건 틀린 데 하나 없는 말이지만, 비 맞는 사물 앞에서 속절없이 마음이 쓰이고 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마 그 사물과 기꺼이 나누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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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조그마한 클립 하나에서도 나 자신을 헤아리게 되는데, 하물며 매일 내 손을 타고, 쓰고, 또 쓰이는 일상의 도구들은 어떨까요. 나의 시간과 나란히 닳아가는 도구들을 보고 있으면 팍팍한 일상을 함께 걸어가는 다정한 동료처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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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곁에 두는 도구들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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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 김재원
스위스유스트 31 허브 오일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업무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저절로 손이 가는 물건이 있습니다. 유스트의 31 허브 오일인데요. 책상 앞에 오래 앉아 딱딱하게 굳어버린 목과 어깨에 몇 방울 펴 바르면, 청량하고 시원한 기운이 퍼지며 긴장의 매듭이 서서히 풀리는 게 느껴져요.
유칼립투스와 로즈마리를 비롯한 서른한 가지 허브향은 자극적이지 않고 산뜻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꺼내어 쓰기에도 좋습니다. 바쁜 하루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어 주는 도구랄까요. 거창한 도구는 아니지만, 이 작은 병 덕분에 일상에 기분 좋은 여백이 생깁니다. |
포토그래퍼 이은정 오닉스북스 고 7 이북리더기
출퇴근길의 틈을 독서로 채워가는 요즘이에요. 이북리더기의 전자잉크 화면은 마치 신문지에 인쇄된 활자를 읽는 느낌이라, 디지털 기기임에도 아날로그에 가까운 독서 경험을 전해줘요. 기기 특유의 느릿한 반응 속도마저 독서의 호흡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어느덧 가방 속에 늘 함께하는 물건이 되었고, 덕분에 책을 읽는 시간도 몇 배는 늘었어요. 종이책을 넘기는 손맛에 비할 순 없겠지만, 측면 버튼을 눌러 페이지를 넘길 때 손끝에 전해지는 나름의 리듬감에 무척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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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에디터 정가량
후지필름 xf10 카메라
필름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 카메라에 정착했어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라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고, 후지필름 특유의 색감이 무척 매력적이에요.
요즘은 외출할 때면 이 카메라부터 챙기곤 합니다.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평범한 장면 속에서 마음이 머무는 찰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매일 걷던 일상의 풍경을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
디자이너 임두희 T.T 인센스 스틱
향은 공간의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바꾸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아침에 일어나 밤새 머물던 공기를 환기하고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이면, 비로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준비가 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할 때나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요.
홀더에 남은 재를 털어내고 새로운 스틱을 고르는 과정은 작은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향이 공간 속으로 천천히 퍼지는 동안 들떠 있던 공기는 낮게 가라앉고, 그 변화를 잠시 바라보며 마음의 결도 차분히 정돈해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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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의 어느 날,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반가운 메일 한 통이 도착했어요. 문구인으로 잘 알려진 김규림 작가의 신간 《소비예찬》 속 포인트오브뷰의 문구와 이야기들을 더 깊이 있게 나누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죠. 이후 위즈덤하우스 편집자분들· 마케터분들과 미팅을 거쳐, 포인트오브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특별한 전시를 함께 준비하게 되었어요.
사실 김규림 작가와 포인트오브뷰의 인연은 꽤 깊습니다. 작년 인벤타리오 문구 페어에서 선보인 '책연필'을 함께 기획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김규림 작가는 포인트오브뷰를 오랫동안 아껴온 팬이기도 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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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직접 큐레이션한 17가지 문구와 그녀의 취향과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장품들을 선보입니다. 작가의 도서 《소비예찬》도 함께 만나보실 수 있어요.
전시 기간 포인트오브뷰를 방문하여 문구를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직접 마주해 보세요. 공간 곳곳에 놓인 주황색 큐레이션 카드를 보물찾기하듯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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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의 마침표 문구들
03.16 MON - 03.29 SUN (12:00-20:00) POINT OF VIEW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8 1-3F
✐ 전시 기간 내 포인트오브뷰 1층에서 도서 〈소비예찬〉을 구매하시는 분들께 ‘궁금의 마침표 문구들’ 한정판 북마크를 선물로 드립니다. 선착순 한정 수량으로 전시 기간 내 조기 종료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 본 전시은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이 가능합니다. ∗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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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손의 자유
노트 커버나 북 커버를 몹시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용물의 두께가 달라지면 사용이 어려워진다는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쓰임 노트 커버는 그런 불편을 정확히 짚어낸 공예가의 작업입니다. 얇은 노트부터 두꺼운 노트까지 폭넓게 감싸주고, 밴드로 단단히 고정할 수 있어요. 노트를 자주 바꾸는 사람일수록 이런 유연함은 큰 장점이 되기에 좋아하는 도구입니다.
앞쪽 포켓이 특히 마음에 드는데 포스트잇, 명함 등을 캐주얼하게 넣어둘 수 있어 활용도가 은근히 높습니다. 여러 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색 조합이 다르면 또 갖고 싶어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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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하면 자연스럽게 노란색 몸체가 먼저 생각나게 되는데, 그 이미지를 처음 만든 회사가 바로 체코의 연필 브랜드 '코이누어'입니다. 노란색을 처음으로 연필에 활용한 브랜드거든요. 문구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이 연필만큼은 상징처럼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근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행의 확산 소곧라 빠르고 '원조'라는 말의 의미도 흐려져가는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헤리티지를 가진 물건에는 계속 손이 갑니다. 벌써 150년이 다 되어가는 코이누어의 연필을 보면서 기본이 단단한 도구는 결국 오래 남는다는 걸 매번 실감하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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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귀여운 어른을 위한 스티커북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역시, 어릴 때 쓰던 물건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구매하고 사용할 때입니다. 띠부띠부씰부터 각종 스티커를 코팅된 종이에 정성껏 붙여 쓰던 스티커북을 기억하시나요. 포인트오브뷰 레더 스티커북은 어른이 되어버린 스티커 마니아를 위한 물건입니다. 무려 가죽으로 커버를 만들어 겉으로 봤을 때는 작은 노트 같지만, 그 안에는 귀여움을 잔뜩 숨길 수 있는 도구이지요.
가끔 귀여운 것을 만났을 때 사족을 못 쓰는 걸 보니 어릴 때의 취향은 오래, 혹은 평생 간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
궁극의 데스크용 만년필
매일 쓰는 만년필은 무엇보다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을 정확히 만족시키는 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가형 만년필 중에서 가장 군더더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펜이기도 하고요. 흔히 만년필은 관리가 번거롭다는 인상이 있지만, 이 뎃크 만년필은 가벼운 데다 잉크 흐름이 안정적이라 볼펜처럼 매일 쓰는 도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파이롯트 특유의 세필이 일기장의 얇은 종이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 편이고요.
길쭉한 생김새로 필통에는 잘 들어가지 않아 자연스럽게 데스크 위에서만 쓰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오히려 그 점이 이 펜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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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표시하는 방법에도 취향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쓰는 포스트잇보다 조금 더 단정하고 세련된 방법을 찾고 있다면 북다트가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끝이 뾰족한 형태 덕분에 정확한 문장을 가리킬 수 있다는 점도 실용적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 도구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예쁘다는 점일 것입니다. 책 위에 살짝 꽂혀 있는 모습이 유난히 단정하고, 책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습니다. 10년 전 책에 꽂아둔 북다트가 색 변형이나 녹슨 부분 없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볼 때면 아끼는 책에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작지만 강한 연필깎이
DUX 4322 Adjustable Sharpener Brass연필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휴대용 연필깎이, 바로 DUX의 황동 연필깎이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래 고민하다가 구매한 물건인데, 기다린 시간이 아까울 만큼 만족도가 큰 도구입니다. 크기는 상당히 작지만, 들어보면 꽤 묵직하고, 3단계로 심의 굵기 조절까지 가능해 쓸수록 만족스러워요.
전용 가죽 케이스가 함께 제공된다는 점도 이 연필깎이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묵직한 황동이 담긴 중후한 가죽 케이스를 꺼낼 때마다 '본격 문구 생활'을 하는 느낌이라 조금 으쓱하게 돼요. 필통 안에 하나쯤 들어 있다면 괜히 든든하고, 괜히 뿌듯해지는 물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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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 레터 잘 읽어보셨나요?
포포레터 팀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답장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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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of View
letter@pointofview.kr 18, Yeonmujang-gil, Seongdong-gu,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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