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을 감상하는 건 익숙하지만, 직접 창작을 하는 건 어쩐지 거리가 멀게 느껴졌어요. 창작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 전공자가 아니면 향유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래전부터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조용히 접어두었죠.
시간이 지나도 마음이 옅어지지 않아서 올해 초 덜컥 소설 쓰기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퇴근 후 수업을 듣고, 주말과 남은 시간에 틈틈이 소설을 썼어요.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것이었습니다. 문장이 자꾸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마치 고장 난 핸들을 쥐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죠. 그렇지만 동시에 순수한 기쁨이 곳곳에 스몄습니다. 마음에 바람이 드나드는 것처럼 가뿐해지기도 했고요.
그간 하고 싶은 것을 외면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창작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또 대단한 것도 아닐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혹시 님도 마음속에 창작을 향한 작은 불씨가 있다면, 애써 억누르기보단 자연스럽게 타오르도록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요?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언젠가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며, 그 불씨를 살며시 곁에 두는 것, 그 자체로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거예요.
From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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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빈 페이지를 마주하며 영화 <패터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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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짐 자무시Jim Jarmusch 감독의 영화 🎥 <패터슨>을 다시 봤어요. 영화의 주인공 '패터슨'은 버스 운전사로 일하며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도시락을 챙겨 출근하고, 퇴근 후엔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틈틈이 시를 씁니다. 늘 같은 노선을 순환하는 버스처럼 그의 하루도 큰 변화 없이 반복되며 흘러가는 듯 보이죠.
영화가 인상 깊었던 건, 패터슨이 시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시를 거창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반대로 가볍게 대하지도 않습니다. 투고를 목표로 한 습작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닌 그저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하는 일.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는 것처럼, '시 쓰기'는 그의 하루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것 중 하나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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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에게 시 쓰기는 당연한 일이었기에, 정작 자신은 변화를 자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시는 그의 하루를 미묘하게 바꾸고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일상을 은유하고, 순간마다의 고유함을 포착하게 해주었죠.
김혜리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평일의 예술에 관하여'라는 말을 남겼어요. 어쩌면 예술이란, 평일의 틈에서 고요히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평범한 하루가 실은 가장 많은 언어를 품고 있을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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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패터슨이 실제로 사용한 도구는 아니지만,
패터슨이 쓸 법한, 어울리는 도구를 찾아 보았어요.
매일 가볍게 쓰기 좋은 노트와 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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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3,800
이름 그대로 바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을 수 있는 가벼운 형태의 메모 노트입니다. |
MARK'S
가볍고 슬림하여, 장시간 사용해도
스트레스 없는 필기감의 미니 볼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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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보험회사 직원, 밤에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으로 잘 알려진 작가지만, 그의 본업은 보험공사 직원이었습니다. 작가를 꿈꿨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현실적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그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야 했던 회사를 나와, 보다 짧은 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노동자 재해 보험공사로 옮겨 14년간 일하며 꾸준히 소설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선고』는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하룻밤 만에 쓴 단편 소설이라고 합니다. 매일 밤늦게까지 그는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던 카프카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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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세에 처음 붓을 들었던 화가
안나 메리 로버트슨 모제스 Anna Mary Robertson Moses
안나 메리 로버트슨 모제스는 76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약 1,600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평생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그녀는 관절염으로 인해 유일한 취미였던 자수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방 안에 있던 붓과 물감을 잡았습니다.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잘 그리는 것보다 표현하는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며 일상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완성해 나갔죠. 그러던 어느 날 한 미술 수집가의 눈에 띄어 80세에 생애 첫 전시회를 열게 됩니다. 그녀의 삶과 서사는 ‘그리는 사람이 바로 화가’라는 말을 그대로 증명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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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창작
포인트오브뷰 스태프들은
어떤 창작을 해나가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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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생활 🔍
숍 매니저 진희
요즘 가장 큰 즐거움은 좋아하는 물건의 사진을 찍는 일이다. 1950-60년대의 레트로한 패턴과 색감을 좋아해서 그런 느낌을 가진 것들을 사모으곤 하는 데 실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수집의 목적이 커서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연필의 잔꽃 무늬를 더 돋보이게 하는 배경은 어떤 색이 더 좋을지, 플라스틱 클립들의 레트로한 색감을 어떤 조합으로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하다 보면 내가 이 물건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볼 때면 물건의 쓰임새를 넘어 만듦새에 집중하게 되고 일상의 익숙한 물건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런 시간들이 모이는 것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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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시간 🍽️
디자이너 두희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는 순간부터,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고른 재료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요리. 그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 것도 꽤 즐겁다.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담을 때다. 음식에 꼭 맞는 옷을 입혀주는 느낌. 마음에 들게 플레이팅을 마치면, 그 여운이 한동안 나를 기분 좋게 해준다.
다음엔 도마와 칼 같은 조리도구도 하나씩 나에게 맞는 것들로 바꿔가고 싶다. 음식부터 그릇, 다양한 도구에 이르기까지, 내 취향으로 주변을 천천히 채워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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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장면들 📷 에디터 민정
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걷다 마주친 풍경, 사물 위로 스며드는 빛, 함께 만난 친구들의 표정을 조용히 담는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무는 일이 잦아졌다. 한 자리에 멈춰 선 채로 카메라를 꺼내 들고, 프레임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짧은 시간, 마치 세상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진다. 몇 초에 불과한 이 멈춤들을 이어 붙이면, 얼마나 긴 시간이 될까.
평소에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고, 구석을 살피고 응시하게 된다. 눈과 세상이 맞닿는 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일. 이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든다. |
새로운 눈으로 그리기 🖌️ 숍 스태프 민수
언젠가 자기 집 수도꼭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비슷하게라도 묘사할 수 있느냐는 내용의 물음을 본 적이 있다. 매일 여러 차례 보고 사용하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이후 나는 무언가를 관심 가지고 유심히 지켜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물건과 사람들 모두 낯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둥글었고, 생각보다 모나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매일 다른 고객들을 맞이할 수 있는 쇼룸 생활 또한 시야를 끊임없이 넓혀주는 고마운 시간이다. 새롭게 펼쳐진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담아내고, 꺼내어 그리는 일은 나에게 그저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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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달 온라인 기획전
감사의 달을 맞이하여 포인트오브뷰 온라인숍의 다양한 카드, 편지 제품부터 POV ORIGINAL 일부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최대 15% 할인이 적용되며, 5월 31일 토요일까지 진행됩니다. 지금 바로 버튼을 눌러 기획전을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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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페메라 캐비닛 모집 안내
전시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부터 창작자의 엽서와 스티커, 브랜드에 관해 얘기하는 다양한 형태의 지류까지.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긴 종이들이 잠시 머무는 곳, 포인트오브뷰의 이페메라 캐비닛을 함께 채워나갈 분들을 기다립니다. 신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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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포레터를 읽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새롭게 든 생각이 있다면
답장을 써서 우편함에 넣어주세요.
포포레터 팀 모두 반가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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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의 신 이야기』라는 책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도 종이를 멀리하다 최근에 필사에 빠지면서 종이를 가까이하기 시작했는데요. 글씨가 예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글씨를 쓰고 있는 지금의 마음에 더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필사가 좀 더 즐거워졌습니다. 결국 종이에 새기는 내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
◌ 페이퍼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최숙경 작가입니다. 언젠가 종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져온 것처럼 최근 제가 하는 일 또한 무용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간을 누르고 있던 차에 포포레터가 어떤 환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종이의 질감, 촉감, 냄새, 따뜻함, 세월감에서 오는 정서, 그리고 평범한 종이 한 장에 가치를 불어넣어 주는 일에서 느꼈던 희열에 관해 다시금 생각했던 것 같아요. 텅 비워졌던 마음에 제가 종이와 보낸 시간들이 다시 차곡차곡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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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of View
letter@pointofview.kr 18, Yeonmujang-gil, Seongdong-gu,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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