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왜 하필 설명일까?'
파인만이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단순히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1) '아는 것'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양자전기역학 분야의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복잡한 물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능력으로도 유명했어요.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 뛰어났죠.
어려운 내용을 설명할 때, 전문용어를 잔뜩 늘어놓으면 왠지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죠. 하지만 설명을 듣는 상대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면 그 설명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파인만은 어려운 개념일수록 오히려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정말 이해했다면, 그것을 복잡한 말 뒤에 숨기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설명하려고 하면 '모르는 것'이 보입니다
이런 파인만의 생각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고 있는 학습법이 바로 ‘파인만 기법(Feynman Technique)’이에요. 무언가를 공부한 뒤, 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며 공부한 내용을 재구성해 보는 학습 방법이죠. 실제로 해보면, 책을 읽을 때는 분명 이해했던 내용도 막상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려고 하면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이게 왜 그러냐면… 음…”
파인만식 학습에서는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해요.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그 부분은 다시 공부하고, 다시 설명해야 해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복잡한 내용을 점점 단순하게 만들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3) 그래서 파인만은 ‘가르치는 것’을 학습의 일부로 봤습니다
파인만의 교육 철학에서 흥미로운 점은 '배움'과 '가르침'을 서로 반대되는 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보통 배우는 사람은 지식을 얻고, 가르치는 사람은 지식을 나눠준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실제로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내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하죠. 결국 가르치는 순간 우리는, 배운 내용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 철학은 단순히 파인만 기법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교육학에서도, 학습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것을 예상하거나 실제로 가르치는 과정이 자신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거든요.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어요. 가르치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이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꼭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배운 것을 그냥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고 한 번 꺼내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죠.
💪 그래서 이번 주에는 간단하게 딱 두 가지만 해보려고 해요.
1) 배운 내용을 3분 동안 설명해 보세요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나서 바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지 말고, 딱 3분만 시간을 내서 방금 배운 내용을 설명해 보세요. 휴대폰 녹음 버튼을 누르고 혼자 말해도 되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되고, 블로그나 메모장에 몇 줄 적어도 돼요.
예를 들어 독서를 했다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 하나를 고른 후
'이 책을 읽지 않은 친구에게 이 내용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할까?'를 생각해 보는 거예요.
책에서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배웠다면,
“이 책에서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어.”로 끝내는 게 아니라
“나는 이 말의 근거를, 결과는 내가 통제하기 어렵지만 오늘 내가 할 행동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어. 그래서 ‘살 빼기’가 아니라 ‘오늘 2끼 먹기’로 목표를 바꿔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다시 설명해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말해보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면 책이나 강의에서 얻은 정보가 그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내 생각과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2) 설명할 대상을 한 명 정해보세요
두 번째는 조금 더 재미있는 방법이에요.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이걸 누구에게 설명해 볼지’ 정해두는 거예요. 꼭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일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나보다 모르는 사람일 필요도 없어요. 나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고요.
예를 들어, 경제 관련 강의를 들었다면 경제에 관심이 없는 친구에게 설명해 보는 거죠.
“이건 말이야, 금리가 올라가면…”
여기서 친구가 “잠깐만. 금리가 올라가면 왜?”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그 질문에서, 내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드러나겠죠. 질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고요.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상대방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져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가 생각보다 일방적이지 않아요. 내가 하나를 설명했는데 상대가 하나를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시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것을 또 배우게 되거든요. 결국 ‘내가 알려주는 시간’이 ‘함께 배우는 시간’으로 바뀌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설명하다가 “어…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말이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나는 이것도 모르네.’ 하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그 부분은, 따로 표시를 해두었다가 다시 찾아보세요. 그리고 다음에 같은 내용을 설명할 때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이해도 깊어진 것입니다.
이번 주에 우리가 해볼 일은,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아니에요.
이미 읽은 책, 수강한 강의, 들은 이야기 중에서 하나를 골라 꺼내보는 것이에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걸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있다면 좋습니다.
막힌다면 더 좋습니다.
그곳이 바로, 다시 공부해야 할 지점이라는 의미니까요.
설명을 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된다면, 가장 좋습니다.
가르치다가 배우게 되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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