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프라를 통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세션도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앤스로픽의 최신 프론티어 모델인 ‘페이블’이 전격 철회된 것은 아마존 AWS의 결함 제보때문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최대 주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최상위 가치인 고객 보안을 위해 모델을 멈춰 세운 것입니다.
아마존의 피터 드산티스 부사장은 대기업이 느려지는 이유에 대해 “모든 결정을 일률적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되돌릴 수 없는 거대한 결정은 신중하게,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판단력을 가진 개인이 신속하게 내려야 비즈니스 속도가 산다고 강조했습니다.
드산티스 부사장은 현재 시장은 모든 워크로드를 소화하는 범용 플앳폼이 주도하지만 추론 단계의 토큰 생성 과정은 연산보다 ‘메모리 대역폭’을 극단적으로 소모한다고도 말했는데요. 이어 앞으로의 AI 하드웨어 패권은 SRAM을 융합하거나 컴퓨트와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패키징 기술’ 등을 통해 메모리 병목을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특화 칩 경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무리 똑똑히고 일 처리가 빠른 수학자(범용 GPU 연산력)가 있어도 책상(메모리 대역폭)이 좁아 책을 한 번에 한 권밖에 펼쳐볼 수 없다면 일의 속도가 나지 않는(메모리 병목)것과 같습니다.
드산티스 부사장은 첨단 기술인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도 양자 컴퓨터는 일반 연산 속도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물리적·화학적 프로세스를 분자 단계에서 완벽히 시뮬레이션하는 장비’가 될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아마존은 비료 생산 시 발생하는 막대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질소 고정 화학 프로세스 시뮬레이션’을 구체적인 첫 번째 타깃으로 삼고 오류 수정 기술 안정화에 집중하는 중입니다.
지상에서의 제조 혁신을 넘어 인류의 영토를 우주로 확장하는 최전선에서도 ‘인프라’와 ‘실질적 임팩트’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올해 비바테크 무대에 오른 아마존 창업자이자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장기적으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모든 오염 산업을 우주로 보내야 한다”는 비전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베이조스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시장의 공포를 정면으로 반박해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AI가 인간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라는 통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력 부족이 올 것”이라며 파격적인 진단을 내놓았는데요. AI가 제품의 아이디어 구상부터 대량 양산까지의 사이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 과거 제조 장벽에 가로막혀 포기했던 무한한 영역의 문제들을 인간이 새로 발굴해내고 더 많은 발명을 시도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이끄는 산업용 AI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통상 10년이 걸리는 항공기 제트 엔진 개발 기간을 1년 안팎으로 줄이는 인프라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블루 오리진의 차세대 대형 위성 네트워크인*‘테라웨이브’를 통해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대립하는, 기업 및 정부 특화형 고신뢰성 우주 인프라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체적인 상업적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세션 중 베이조스는 머스크를 의식한 듯 “단계를 건너뛴다고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달을 건너뛰고 화성에 집착하는 스페이스X와 달리 블루오리진은 달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