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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레터

슬픔의 스위치를 끌 수 있다면

2026.08.07 06:00 · 원문 보기 ↗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8.7 | 1055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연인과의 가슴아픈 이별, 사랑하는 가족이나 반려동물이 내 곁을 떠나거나 오랜 기간 몸담은 직장에서의 해고.


독자 여러분은 이런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우리의 뇌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보다 유독 슬프고, 무섭고, 괴로운 기억을 훨씬 더 선명하게 각인한다고 합니다. 잊으려 애쓸수록 그날의 기억은 더욱 선명해져 밤잠을 설치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식은땀을 흘리게 만듭니다.


정신의학계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투여하거나, 긴 시간에 걸쳐 상담을 통해 이런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을 다뤄 왔습니다. 문제는 환자마다 약물 반응의 차이가 크고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거나 졸음·진정 같은 부작용으로 도중에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었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속 조엘(짐 캐리)이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의 기억을 지우기로 한 것처럼 나도 원치 않는 기억만 골라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죠.


최근 뇌과학계에선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됐습니다. 마치 영화처럼 슬프고 괴로운 기억이 더 이상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우리는 기억을 편집할 수 있을까요. 오늘 미라클레터에선 뇌과학 분야의 새로운 발견인 기억 편집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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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3줄 요약
1. 우리의 기억은 영원불변하지 않습니다. 되새길때마다 흰 도화지에 다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2. 과학자들은 기억 속 '공포와 슬픔의 감정 스위치'만 선택적으로 끄는 임상적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3. 트라우마(PTSD) 극복을 넘어, 마약·알코올 중독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주세요"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터널 선샤인'입니다. [IMDB]
기억은 비디오테이프처럼 똑같은 저장된 영상이 계속 반복 재생되는게 아니라 하얀 스케치북에 상상을 통해 매번 새롭게 그리는 그림과 같습니다. [챗GPT]

기억을 불러왔더니
뇌 속 편집창이 열렸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비디오 테이프’는 기계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저장된 화면이 똑같이 재생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뇌 속의 기억 역시 한 번 입력되면 영원히 변하지 않고 보존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죠.


최근 신경과학자들이 밝혀낸 기억의 진짜 메커니즘은 이것과 조금 다릅니다.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그대로 꺼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떠올릴 때마다 새롭게 구현되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죠. 앨범 속 사진을 꺼내 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떠올리며 하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그린 그림들은 다 조금씩 다른 그림일 수밖에 없습니다.


뇌과학에선 이 현상을 ‘기억 재공고화’라고 합니다. 우리가 옛 기억을 떠올리는 그 순간 뇌 속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기억의 상자가 열리면서 수정이 가능한 불안정 상태가 됩니다.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를 불러와 수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뇌는 수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억을 다시 저장(재공고화) 합니다.


불안정 상태로 편집 기능이 잠시 활성화된 짧은 시간 동안 기억 속에 엉켜 있는 괴로운 감정만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은 이 질문에 대한 가능성을 임상으로 입증해 낸 대표적인 선구자입니다.


알랭 브뤼네 신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기억 소환 약 90분 전, 뇌의 편도체에서 공포 반응을 재저장할 때 사용하는 노르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미리 복용하게 했습니다. 약효가 도달한 시점에 환자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가장 괴로운 트라우마의 순간을 짧은 원고로 읽게 해 기억의 ‘편집 기능’을 활성화했죠.


그 결과 환자들은 ‘내가 과거에 어떤 사고를 당했다’는 사건의 경과는 정확히 기억했지만,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을 흘리는 신체 반응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고 발생 사실 그 자체까진 없애지 못하지만 적어도 힘든 감정은 조절이 가능해진 셈이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 또한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연구팀은 거미 공포증 등 인간의 특정 공포증이나 강박적 공포 기억에서 단 한 번의 기억 소환과 재공고화 차단 치료만으로도 힘든 감정을 수개월 이상 억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죠.


여기서한 발 더 나아가 최근 과학자들은 약물 투여 방식의 부작용과 한계를 넘어 가상현실과 비침습 뇌 자극같은 최신 뉴로테크 기술을 결합하는 중입니다. 과거의 공포뿐만 아니라 마약, 알코올, 도박처럼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독’ 치료 영역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VR과 비침습 뇌 자극 기술을 결합해 중독 환자의 뇌 보상회로 반응을 제어하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챗GPT]

슬픔을 지우는 기술
중독의 고리를 끊다

트라우마 치료와 중독 치료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뇌과학 관점에서 두 현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뇌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공포의 기억이라면 중독은 뇌 보상회로에 새겨진 쾌락과 갈망의 기억이기 때문이죠.


중독자들은 특정 자극을 접하는 순간 뇌 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과거의 강렬한 쾌락 기억이 깨어납니다.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이성을 마비시키는 갈망이 솟아나면서 다시 중독 물질이나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이 이 지점입니다. 중독 물질에 대한 갈망이 일어나는 그 순간 역시 뇌 속 기억 편집 기능이 활성화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뉴로테크에선 가상현실과 비침습 뇌 자극 기술의 결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단순 사진, 비디오로 중독자의 갈망을 자극하는 방식을 활용했지만, 약물 부작용이나 기억 소환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정밀 임상에선 중독 환자에게 3D VR 헤드셋을 씌워 투약이나 음주 상황과 거의 유사한 가상 환경을 시뮬레이션합니다. 2D 사진보다 VR 환경에서 뇌의 보상회로가 더 강하게 반응해 기억의 편집 기능을 활성화하기 좋기 때문이죠.


편집 기능이 활성화 된 동안 연구팀은 약물 대신 머리 표면에 미세한 전기 자극 등을 가하는 비침습 뇌 자극 기기를 사용해 뇌 속에서 자극과 갈망을 연결하던 신경 회로의 재공고화를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그 결과 환자는 VR이나 현실에서 술병·약물을 다시 접하더라도 뇌가 더 이상 격렬한 갈망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억 자체를 지우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스러운 감정과 갈망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죠. 우리는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챗GPT]

기억을 지우는 마술이 아닌
상처를 치유하는 정밀 의학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기억을 자유자재로 지우거나 수정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최신 신경과학과 뉴로테크가 도달한 지점은 특정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기억 자체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죠.


오히려 사건에 대한 사실적인 기억은 그대로 둔 채 그 기억에 붙어서 우리를 힘들게 했던 괴로운 감정, 또는 중독적인 갈망을 차단해주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기억을 없애기보단 기억이 심각한 신체적, 감정적 고통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기술이 아직 의료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엔 여전히 명확한 한계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우선 골든타임의 정밀성입니다. 사람마다 트라우마나 중독 기억을 소환했을 때 뇌 속 편집 기능이 활성화되는 시간과 유지되는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기억을 불러온 뒤 약물이나 전기 자극을 가하는 타이밍이 불과 수 분만 어긋나도 재공고화 차단 효과가 크게 떨어지거나 오히려 기억이 더 강하게 단단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는 주변 기억으로의 전이 문제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추억, 경험과 얽혀 있습니다. 특정 트라우마 감정만 콕 집어 제거하려다가 그 기억과 연결된 일상의 소중한 기억이나 정상적인 감정반응까지 함께 무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죠. 그만큼 뇌와 기억에 관한 부분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윤리적인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어찌 보면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인데요. 고통스러운 기억 또한 인간의 성숙과 범죄·위험에 대한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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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잔해가 달에 충돌해 거대한 먼지 기둥을 일으켰습니다. 인명이나 장비 피해는 없었지만, 우주 쓰레기가 자연적인 궤도 변화로 달에 추락한 사례로 기록되면서 향후 달 탐사 시대를 앞두고 우주 잔해 관리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네요.


카카오가 카카오톡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카카오는 올해를 AI 전환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온디바이스 고도화와 커머스 생태계 확장을 병행해 AI 수익성을 입증할 예정입니다.


구글이 인공지능(AI) 경쟁의 핵심 인재들을 잇달아 잃으며 AI 조직을 대대적으로 재편했습니다. AI 전략을 이끌어온 제프 딘이 회사를 떠나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딥마인드를 이끌던 데미스 하사비스는 연구에 집중하기로 했는데요.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알파벳 주가는 5일(현지시간) 4% 하락했습니다.

인사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들이 학계와 뉴로테크 산업에서 정밀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존 장기 약물 복용이나 상담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극심한 PTSD 환자들과 의지만으로는 끊어내기 힘든 중독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죠.


한 번 입력되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 기억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감옥인 감정의 고통과 갈망에 갇혀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뉴로테크 기술도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만약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우거나 바꿀 수 있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기억부터 바꾸고 싶으신가요?


날이 무덥습니다. 다음주는 조금 더 시원하길 바라며 독자 여러분들의 하루가 무탈하길 기원하겠습니다.


미라클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이영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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