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ox
미라클레터

남극이 밥상 물가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2026.08.21 06:00 · 원문 보기 ↗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8.21 | 106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과연 언제쯤 이 무더위가 끝나는 것일까요. 주말 처서가 코앞이지만, 올해는 처서가 다가오면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온다는 ‘처서 매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더운 것도 힘들지만 폭염은 우리의 식탁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나 뛰고, 배추와 상추 등 필수 잎채소 가격은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이고 있죠. 밭에선 가뭄으로 채소가 시들고 있어 당장 다가오는 추석 차례상과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올여름 유럽의 주요 곡창지대는 4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밀 수확량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고, 미국과 아시아의 옥수수·쌀 주요 산지도 이상고온과 토양 건조로 작황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극단적 기후가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주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이 전 세계의 밥상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비료를 더 주거나 전통적인 교배 육종 방식만으로는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가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추운 남극에서 이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가장 혹독한 환경을 견뎌낸 생명체의 유전적 특성을 우리가 먹는 작물에 이식하는 것이죠.


남극은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을 해결해 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미라클레터에서는 극지 유전체학이 만드는 차세대 애그테크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 레터 읽는 법 ※
볼딕,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되어 있어요. 클릭을 하면 세부 내용으로 연결됩니다.
바쁘신 분들은 '오늘의 요약'을 참고해 주세요 😁 
  
오늘의 3줄 요약
1. 영하 30도를 견딘 남극 자생식물의 유전자 지도가 처음으로 완벽하게 해독됐습니다.
2. 옥수수·콩 등의 가뭄 저항력을 깨우는 '유전자 교정'의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3. 기후 위기 시대, 밥상 물가와 글로벌 식량 안보를 지킬 차세대 애그테크가 부상합니다.
남극의 혹한을 견뎌낸 유전 정보는 가뭄과 폭염으로 타들어 가는 미래 곡물밭을 지켜낼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챗GPT]
남극의 척박한 바위와 자갈 틈에서 둥근 방석(쿠션) 형태로 자라나 꽃을 피운 남극 유일의 자생 꽃식물 '남극 개미자리(Colobanthus quitensis)'. [Wikimedia Commons]

영하 30도·극한 건조 견딘
남극 개미자리의 생존비결

남극 대륙은 식물에겐 불모지입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을 뿐 아니라 기온이 영하 수십도로 떨어지고 땅 속 수분은 꽁꽁 얼어붙죠. 식물로선 극심한 사막과 별 반 다를게 없습니다. 얇아진 오존층을 뚫고 지면에 도달하는 강한 자외선(UV)은 덤이죠.


가혹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토착 관속식물은 전 세계를 통틀어 단 두 종에 불과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패랭이꽃과의 작은 다년생 초본인 남극 개미자리(Colobanthus quitensis)죠.


칠레 케이프혼 국제센터(CHIC)의 에두아르도 카스트로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폴라릭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강인한 식물의 생존 비밀을 연구했습니다. 과거 한국 극지연구소(KOPRI) 등이 축적해 온 기초 데이터를 발전시킨 연구팀은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읽어내고 염색체의 3차원 입체 구조를 잡아내는 기술을 활용해 남극 개미자리의 총 40개 염색체, 8억8710만개의 염기쌍에 달하는 방대한 유전자 지도를 빈틈없이 해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거 데이터에 존재하던 염기서열 공백을 10분의 1로 줄여 게놈 완성도를 99%까지 끌어올린 ‘초고해상도 지도’를 만든 것입니다.


특히 연구팀이 발견한 4만700여개의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 속에는 식물이 극한 환경을 견디는 3중 방어 메커니즘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 세포 동결 방지입니다. 영하의 기온에서 세포액이 얼어붙어 세포막이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포 내 삼투압을 조절하고 천연 부동액 역할을 해주는 특수 당류를 축적하는 유전자 회로가 있었습니다. 또한 남극의 강렬한 자외선 노출로 파괴된 유전 정보를 즉각 감지해 원래대로 복구하는 광보호·DNA 회복 효소 유전자도 고도로 발달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잎의 엽록체 구조를 극한의 저온에서도 멈추지 않고 빛 에너지를 포집할 수 있도록 최적화해 두었습니다.


그동안 남극 식물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는 관찰로만 짐작할 수 있었던 영역이었는데요. 이번 연구를 통해 가뭄, 혹한, 강한 햇빛이라는 복합적인 환경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식물이 어떤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지 보여주는 정밀한 ‘유전체 설계도’를 확보한 것입니다.

외래 유전자를 넣는 대신, 상용 작물 몸속에 잠들어 있던 가뭄·냉해 방어 스위치를 정밀하게 깨우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교정 개념도. [챗GPT]

GMO가 아닌 유전자 교정
옥수수가 사막에서 자란다

앞선 연구팀의 발견을 듣고나니 이게 유전자 변형(GMO) 작물과 뭐가 다른가 싶으실텐데요. 연구팀이 목표로 하는건 전통적인 GMO가 아닙니다.


다른 생물 종의 외래 유전자를 끼워 넣는 방식은 오랜 기간 안전성 논란과 소비자의 거부감, 각국 규제 당국의 높은 승인 장벽을 통과해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기존 방법 대신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등으로 잘 알려진 정밀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카스트로 박사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외래 유전자를 넣은 유전자 변형 식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양학적 가치를 지닌 기존 식물 자체의 유전자를 정밀 교정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옥수수, 콩, 쌀 같은 작물들도 진화 과정에서 물 부족이나 기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 방어 유전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천년 간 온화한 환경에서 대량 생산 위주로 개량(육종)되다보니 이 유전자 스위치들이 비활성화돼 있을 뿐인거죠.


남극 개미자리의 유전체 지도는 이 잠든 스위치를 어떻게 켜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극지 식물이 가뭄과 혹한 속에서 특정 대사 경로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비교 분석한 뒤 상용 작물 내에 존재하는 유사한 유전자 부위를 정밀하게 다듬어 활성화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습니다. 4만여개 유전자 중실제 작물에 유효한 핵심 표적을 선발하고 실제 밭에서 수확량 감소 없이 안전하게 자리는지 검증하는 데는 5~10년의 연구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도 의의는 있습니다. 기초 설계도 조차 없던 과거의 무작위 교배나 시행착오와 달리 이제는 어떤 유전자를 바꿔야 식물이 가뭄을 견디는지 등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연구에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지구의 극한 기후를 극복하는 유전자 엔지니어링 기술은 미래 우주 탐사 기지(NASA 우주 농업)의 식량 인프라 구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챗GPT]

기후 위기가 촉발한 종자 주권
'자연의 코드'를 읽어야 이긴다

남극 식물의 유전체 해독은 단순히 식물학적 성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 농업 패러다임이 화학 비료와 농약 중심의 화학 농법에서 유전체 데이터와 유전자 가위로 대표되는 바이오 애그테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기후변화는 이미 식량 안보를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과 고온 속에서도 수확량을 보장할 수 있는 ‘기후 저항성 종자’를 누가 먼저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래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주도권이 갈립니다. 바이엘, 코르테바 같은 글로벌 농업 기업들이 가뭄과 이상고온을 견디는 ‘기후 저항성 종자’와 크리스퍼 유전자 교정 기술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극한 환경 유전자 연구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달과 화성 거주 프로젝트를 대비해 극심한 방사선과 온도 변화를 견디는 극지 식물의 생존 메커니즘을 우주 작물 재배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 위기를 돌파하는 기술이 인류의 우주 개척을 지탱하는 식량 인프라와도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각국의 규제 환경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GMO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들은 외래 유전자를 넣지 않고 작물 자체의 유전자를 손보는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해서는 일반 전통 육종 작물과 유사한 수준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규제 혁신이 맞물리며 기후 저항성 작물의 상용화 속도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죠.


온실가스 배출 저감만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수백만 년 동안 지구의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며 자연이 축적해 온 ‘생존의 지혜’를 과학기술로 읽어내고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극의 거친 눈보라, 바위틈에서 묵묵히 꽃을 피워낸 작은 식물 하나가 인류의 식탁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금요일' 단 하루만 진행하는
미라클레터 도서 증정 이벤트 🎁

미라클레터가 금요일인 오늘 하루, 도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진행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래 버튼을 통해 이메일 주소만 적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5분을 선정하여 책을 선물로 드릴 예정이에요!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 책 목록 ⬇️
*자세한 책 내용을 보고 싶으시다면 제목을 클릭해 주세요!
  1. 원자재 투자의 모든 것
  2. 심리학자의 설득법
  3. 고객제표로 경영하라
  4. 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
  5. 경제학자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

[📣 꼭 참고해 주세요!]
*이벤트 기간: 8월 21일 금요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책은 랜덤으로 발송됩니다! 
*당첨되신 미라클러님들은 8.24 월요일 오전중에 메일로 따로 연락을 드릴 예정입니다. 
*안내 메일 발송 후 총 3회까지 연락을 드렸음에도 회신이 없을 경우, 당첨은 자동으로 취소되며 동일 도서에 대해 재추첨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원활한 경품 발송을 위해 이메일을 꼭 확인해 주세요!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애플이 카메라를 탑재한 에어팟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공지능(AI) 카메라 웨어러블 기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메타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도 스마트글라스와 AI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얼굴과 귀에 착용하는 디바이스를 둘러싼 개인정보 침해와 사생활 보호 논란이 함께 커지고 있다고 하네요.


네이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국가 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됐습니다. 사우디 지자체들은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할 때 네이버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우선 활용하게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2023년 네이버가 사우디 주요 도시 디지털트윈 구축 사업을 수주한 이후 3년 만의 결실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 증시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섰습니다. 19일 미국 금융서비스 업체 IPOX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SEC에 IPO를 위한 등록신고서를 비공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네요.

인사말

기후변화에 맞서는 기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탄소 포집’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가장 정교한 공학적 해답은 자연 그 자체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죠.


남극 대륙의 얼음과 바위틈에서 묵묵히 버텨 온 남극 개미자리의 유전자 지도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며 초래한 위기를 자연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보여줍니다. 식량 안보의 미래가 얼마나 많은 화학비료를 썼느냐가 아니라 생명체의 유전체 비밀을 얼마나 잘 해석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죠.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여운을 남긴 대사로 마무리합니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미라클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이영욱 드림
    오늘의 레터(1060호)를 평가해주세요!  
  
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매경미디어그룹
miraklelab@mk.co.kr
02-2000-2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