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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레터

25조원의 합의, 메타는 웃고 있을까

2026.09.02 06:00 · 원문 보기 ↗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9.2 | 1065호 | 구독하기 | 지난호
미라클레터를 통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셜미디어 소송에 대해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소셜미디어 소송이 상당히 큰 이슈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온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에 중독이 돼서 삶에 문제가 생겼다’ ‘중독 설계가 그 원인이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 와 같은 주장이 소송을 통해 인정받게 된다면 마치 담배 소송 이후와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에 여러 규제가 생기고 기업들의 전략 또한 변할 테니까요.

담배를 바라보는 개인과 사회의 시선도 빠르게 바뀐 만큼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시각도 바뀔 수 있습니다.

지난주 메타가 미국 47개 주 등과 합의를 통해 소셜미디어 중독 설계 관련해 가장 큰 소송 중 하나를 합의로 마무리했습니다.

법원은 합의안을 그날 바로 승인했고 6개월 이내, 미국 대다수 주에 사는 청소년들은 하루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됩니다. 밤에는 사용할 수 없고요.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앞으로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될까요.

소셜미디어 합의 과정과 이후를 빠르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과거 레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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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분들은 '오늘의 요약'을 참고해 주세요 😁 
  
오늘의 세줄 요약
1.메타가 미국 주 정부들과 최대 180억 달러 규모의 합의를 맺었습니다. 이 합의가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주는 이유는, 30년 전 담배회사가 걸었던 길과 놀랄 만큼 닮았기 때문입니다.
2.청소년 보호 기능과 연령 확인, 외부 감사가 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소셜미디어는 사람을 붙잡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3.다만 담배 산업이 그랬듯, 이런 규제가 거대 플랫폼을 약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반감은 한국과 비교하면 더 큰 것으로 느껴집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메타, 미국서
소셜미디어 소송 합의

재판이 시작된 지 불과 여드레 만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이끄는 아담 모세리가 법정에 섰고 다음으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출두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저커버그가 입을 열기 전, 메타가 지갑을 먼저 열었습니다. 미국 주 정부들과 최대 180억 달러, 우리 돈 약 25조 원 규모의 합의를 맺은 겁니다(주 정부에 돈을 지급하는 겁니다. 주 정부는 그 돈을 아이들 안전을 위해 사용하고요). 

25조원은 상당한 금액입니다. 하지만 메타의 체급과 비교하면 개인적으로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합의금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내는 돈인데요. 1년에 약 2.5조원입니다. 메타의 지난해 매출이 2009억 달러(약 276조원), 영업이익이 830억 달러(약 114조원)임을 보면 큰 ‘타격’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소송을 주도한 주 정부가 요구하려던 벌금은 2000억 달러(274조원)였습니다. 메타는 자신들이 추산한 결과 최악의 경우 벌금이 ‘1조 4000억 달러(1923조원)’라고 언급한 적이 있고요.  이는 메타의 기업가치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합의금은 상당히 ‘선방’한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메타는 최악의 청구서를 피했습니다. 합의 발표 뒤 주가도 다소 올랐고 저커버그는 증언대에 서지 않아도 됐습니다.

주 정부들도 빈손으로 물러난 건 아닙니다. 메타는 미국의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하루 두 시간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본 제한을 걸기로 했습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부모의 허락 없이는 접속할 수 없고요. 학교 수업 시간에는 알림이 꺼지고 게시물의 ‘좋아요’ 숫자와 영상 자동재생도 제한합니다.

외모를 과도하게 바꾸는 필터도 막습니다. 부모가 알고리즘 추천이 없는 피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나이 확인과 신고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제한이 걸린 것 모두,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친다”라고 알려진 기능들이에요. 사실상 메타가 오랫동안 정교하게 만들어온 ‘붙잡아 두는 기계’에 브레이크를 달기로 한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의 사업모델은 간단합니다. 이용자가 오래 머물게 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광고를 보게 하면 수익이 생깁니다. 알림은 다시 앱을 열게 만드는 초인종 역할을 하고 ‘좋아요’ 숫자는 반응을 확인하게 하는 점수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중독되면 또 플랫폼을 찾게 되고요. 자동 재생과 무한 스크롤은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는 문턱을 없애 줍니다. 작은 기능처럼 보이지만 합쳐지면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가두는 장치가 됩니다.

매출 1%밖에 안 되는 청소년을 왜 잡으려 했나
이번 합의는 그 장치 중 일부를 청소년 계정에서 떼어내기로 한 것입니다(물론 부모 동의가 있다면 켤 수 있지만요). 메타에 180억 달러보다 더 불편한 대목은 여기에 있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아이가 앱을 그만 쓰는 책임을 부모와 이용자에게 돌릴 수 있었는데요. “시간을 정해 사용하세요. 알림을 끄세요. 계정을 관리하세요”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번에는 법원이 아니라 주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플랫폼 자체가 먼저 멈추기로 했습니다.

궁금해집니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메타가 잃는 손해는 어느정도 일까요. 메타의 말에 따르면 1% 미만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또 궁금해집니다. 겨우 매출의 1%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막대한 소송금과 합의금을 지급하며 소송을 끌어온 것인지 말이에요. 1%를 포기하고 “미안하다! 청소년 사용 제한하고, 청소년에게 적용했던 중독 설계를 다 해제할게!”라고 하면 깔끔했을 텐데요.

메타가 청소년을 붙잡아두려고 했던 것은 비단 ‘광고’ 때문만은 아닙니다. 재판에서 공개된 문건 들을 살펴보면 메타는 13세 이용자 한 명의 ‘평생 가치(한 명의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기간 기업에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를 약 270달러로 계산했는데요. 이처럼 청소년은 지금 당장 구매력이 거의 없습니다.

메타는 그 이후를 봤습니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플랫폼에 남아 있으면 거기서 얻게 되는 이익은 상당하거든요(메타는 성인의 평생가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도 그렇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인스타그램으로 대화하기 시작하면, 대학에 가고 직장을 다녀도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친구 관계와 사진, 대화 기록까지 모두 그 안에 남기 때문입니다. 메타 내부 문건에는 “학교 네트워크를 이용자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반에서 한 명이 가입하면 친구들이 따라오고 친구들이 들어오면 또 다른 친구가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플랫폼은 이용자 한 명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실을 얻는 셈입니다. 메타에게 청소년은 현재의 고객이 아니라 미래였습니다. “청소년을 잃으면 성장 기반을 잃는다”라는 취지의 내용도 내부 문건에서는 나왔으니까요. 당장 광고를 보여주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플랫폼을 떠나지 않을 이용자를 확보하는 일이었던 겁니다.
메타가 광고를 통해 유튜브와 틱톡에게 자신들의 합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리와 이리와..."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는 이유는 제가 늙었기 때문일까요. [사진=메타]

"유튜브야, 틱톡아...
너네도 들어와"

메타가 이번 합의에서 모든 것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을 위한 비개인화 피드를 선택지로 제공하지만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없애지는 않았거든요. 이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콘텐츠와 광고를 보여주는 사업의 중심축도 그대로입니다.

“하루 두 시간 동안은 담배를 마음껏 피워도 된다는 것과 비슷하다”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인데요. 이용 시간을 제한했을 뿐 그 안에서 소비하는 콘텐츠가 안전해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메타가 이번 합의를 순순히 규제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는 점이에요. 전체 합의금 가운데 약 50억 달러는 틱톡과 유튜브 등 경쟁사들이 비슷한 보호 조치를 도입해야 지급하는 조건이 붙었거든요. 합의 다음 날, 메타는 주요 신문에 공개서한을 싣고 경쟁사들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들만 규제받을 때 청소년들이 틱톡, 유튜브로 대거 옮겨갈 수 있으니까요. 메타 플랫폼의 경쟁력이 줄면서 미래 고객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메타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거예요. 그래서 메타는 “아이들은 여러 앱을 오가니 우리만 바뀌어서는 소용없다”라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아직 유튜브, 틱톡은 명확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와 틱톡 역시 수많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지금쯤 아마 뒤에서 열심히, 바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합의는 메타의 패배이면서 동시에 영리한 후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타는 막대한 벌금과 저커버그의 공개 증언을 피했고 또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데 성공(?)했습니다. 주 정부는 의회가 오랫동안 만들지 못한 청소년 보호 규칙을 얻었고요. 서로 원하는 것을 일부씩 가져간 셈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셜미디어 피해를 둘러싼 논쟁은 주로 “아이와 부모가 사용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흘렀습니다. 이번 합의는 질문의 방향을 바꾼데 이어 이를 실제 규제로도 이끌어냈다는 데 있어요. 메타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중독 설계'를 청소년 대상으로는 풀어야 하니까요. 

메타는 왜 합의를 택했나
메타는 왜 합의했을까요. 업계에서는 메타를 오래 지켜온 방패가 무너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방패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통신품위법 230조입니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정헌법 1조, 바로 표현의 자유입니다. 이 둘은 지난 수년간 소셜미디어를 겨눈 아동안전 소송을 번번이 되돌려보냈습니다. 게시물이 문제라면 그건 표현의 영역이고 플랫폼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프레임을 바꿨습니다. 게시물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를 걸었는데요. 무한 스크롤처럼 이용자를 중독시키는 설계가 바로 ‘결함’이자 잘못이라는 겁니다. 1990년대 거대 담배회사를 무너뜨린 전략을 빌려온 셈입니다. 담배만큼 중독적인 제품을 알면서 만들었다는 주장으로 말입니다. 사건의 성격이 제조물의 책임으로 옮겨가자 230조라는 방패가 통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프레임 전환은 곧 패소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재판에서 저커버그는 배심원 앞에서 처음으로 아동 안전을 두고 추궁당했습니다. 미성년 이용자 수백만 명을 방치했다는 질문이 쏟아졌고요. 3월에는 이틀 사이 두 건의 소송에서 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배심원단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중독됐다는 20세 여성에게 메타와 구글이 6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습니다.

뉴멕시코에서도 소비자보호법 위반이 인정됐습니다. 3월 배심원단이 3억7500만 달러를, 이후 판사가 5억6700만 달러를 추가로 물렸습니다. 재판에서 지기 시작하자 앞으로 열릴 재판 마다 비슷한 평결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메타를 압박했습니다. 아무리 1년에 100조원 이상을 버는 회사라 하더라도 이 모든 소송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합의도 한계가 있고요.

더 아팠던 건 ‘평판’입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메타 내부 문서가 법정에 공개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를 ‘마약 판매상’에 비유한 문서가 나왔습니다. 회사가 어린 이용자일수록 괴롭힘과 착취에 취약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통계를 공개 보고서에서 빼버렸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메타의 경영진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증언이 쌓이고 쌓이면서 메타의 평판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결정타는 8월 10일에 나왔습니다. 메타는 재판을 앞두고 제9연방항소법원에 소송 자체를 각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30조를 마지막으로 붙든 시도였는데 항소법원이 이를 기각했습니다. 방패의 마지막 희망이 꺾이자 협상은 급물살을 탑니다.

이번 소송은 2023년, 33개 주가 낸 소송이 시작이었는데요. 합의 과정에서 메타는 다른 주까지 끌어 들이며 합의를 하는 데 성공합니다. 어차피 다른 주도 소송을 걸테니 먼저 테이블에 끌어들여 합의를 한거죠. 다만 플로리다주는 "합의금은 푼돈에 불과하다. 법정에서 보자"면서 빠졌습니다. 뉴멕시코주도 이번 합의 전 별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제외됐고요. 

다만 메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개인과 가족, 학군이 낸 소송 수천 건(약 3000건으로 알려져 있어요)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필립모리스의 홈페이지입니다. AI 기업인 줄 알았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바뀔까

이번 합의 이후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어떻게 바뀔까요. 이를 그려보기 위해 1990년대 담배 소송 이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번 메타 소송은 담배 기업을 공격했던 방식을 상당 부분 빌려왔기 때문인데요.

1998년 미국 46개 주 정부와 주요 담배회사들은 대규모 합의를 맺었습니다. 담배회사들은 25년간 2060억 달러(약 283조원)가 넘는 돈을 내기로 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중단하고,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금연 캠페인에도 돈을 내놓기로 했고요.

당시에는 담배 산업이 빠르게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담배 판매량은 이후 크게 줄어듭니다. 미국의 담배 소비는 합의 이후 절반 아래로 감소했고 고등학생 흡연율도 1990년대 후반 30%대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담배 광고는 거리와 스포츠 경기장에서 자취를 감췄고요.

개인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일은 더 이상 멋이나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습니다. 소송과 규제가 담배를 없애지는 못했지만 담배를 피우는 환경과 사회의 시선을 크게 바꿔놓은 겁니다.

그런데 담배회사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담배 판매량이 줄자 기업은 가격을 올렸거든요. 담배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상품입니다. 담배회사들은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가격을 올려 수익을 지켰습니다. 말보로를 판매하는 미국 담배회사 알트리아는 지금도 일반 담배 사업에서 6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테크 기업 수준의 영업이익률이에요.

규제도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새로운 담배나 전자담배를 판매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구자료를 만들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작은 회사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은 아이코스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규제가 시장의 문턱을 높이면서 이미 자리를 잡은 대기업이 오히려 유리해진 겁니다.

담배회사들은 모습도 바꿨습니다.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파는 회사에서 전자담배와 니코틴 파우치를 파는 회사로 옮겨갔습니다. 아이코스로 잘 알려진 필립모리스는 이제 순 매출의 40% 이상을 무연 제품에서 벌고 있어요. 규제를 피해 도망친 것이 아니라, 규제안에서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셈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바뀔까
소셜미디어 기업도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합의금 180억 달러는 큰돈입니다. 하지만 메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담배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벌금과 합의금을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더 큰 변화는 제품에서 나타날 겁니다. 합의 내용처럼 청소년 계정에는 사용 시간제한이 걸리고, 야간 접속과 학교 시간 알림이 차단될 수 있습니다. 나이 확인과 부모 관리 기능도 더 까다로워질 거고요. 외부 감사인이 기업이 약속을 지키는지 들여다보는 일도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셜미디어를 조금 덜 재미있게 만들 겁니다. 그렇다고 메타와 유튜브, 틱톡이 사라질까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친구와 연락하고 뉴스를 보고, 영상을 즐기며, 물건을 사고파는 생활공간이 됐습니다. 사용하지 않기보다는 규제받으며 계속 사용하는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저는 오히려 이번 규제가 기존 기업들의 자리를 더 굳혀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이을 확인하고 청소년용 서비스를 따로 운영하며 외부 감사를 받으려면 많은 돈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메타와 구글 같은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만 감당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작은 회사에는 넘기 어려운 벽이 될 수 있고요.

메타가 합의 직후 틱톡과 유튜브에 같은 조치를 도입하라고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규제를 견딜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다면 메타의 지위는 오히려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담배 규제가 대형 담배회사를 없애지 못하고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처럼, 청소년 보호 규제가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의 울타리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다만 기업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소년을 오래 붙잡아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은 예전보다 어려워지는 대신 플랫폼들은 성인 이용자를 위한 광고를 더 정교하게 만들고, 쇼핑과 구독, AI 서비스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키우려 할 겁니다.

메타가 최근 성장의 중심을 AI로 옮기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즉 청소년을 미래의 고객으로 만드는 일이 지금보다 어려워진다면, 이미 고객인 성인들을 더 중독시키고, 그들이 더 돈을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성인들의 소셜미디어 중독이 지금보다 심해지게 될텐데, 그럼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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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도 '광고 머신'…200일 만에 연매출 10억달러
오픈AI의 챗GPT 광고 사업이 출시 200일도 안 돼 연환산 매출(ARR) 1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현재 수만 개 광고주가 이용하고 있으며 인도와 유럽, 중동·북아프리카까지 광고 플랫폼을 확대해 중소기업도 직접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픈AI는 광고를 구독, 기업용 서비스, API와 함께 핵심 수익원으로 키우며 무료 챗GPT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애플이 오픈AI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증거 인멸 정황까지 확인했다"며 법원에 신속한 증거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애플은 올해 초 오픈AI로 이직한 전직 아이폰 엔지니어가 퇴사 전 기밀 회로도를 내려받아 업무에 활용했고, 퇴사 후에도 애플의 클라우드 저장소에 무단 접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최근 확보한 회사 맥북 포렌식 분석에서 오픈AI 관계자들이 이를 인지한 정황과 함께 "증거를 삭제하라"는 메시지까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데이터센터 막으면 가난해진다"...AI 인프라 논쟁 가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을 향해 "결국 뒤처지고 가난해질 것"이라며 공개 경고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일자리와 세수가 늘어나지만, 이를 막으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만 불리해진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인의 70%가 자신의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했고, 전력 사용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물 소비 확대, 소음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AI 경쟁력 확보와 지역사회 부담 사이에서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인사말

“피울지 말지는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1990년대 담배회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마지막 행동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중독성을 알고도 숨겼는지, 청소년을 겨냥했는지, 끊기 어렵게 만들었는지는 이제 기업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 됐습니다.


소셜미디어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의 분위기는 미국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휴대전화를 그만 봐”, “알림을 꺼”, “부모가 관리해야지” “네 의지가 그것 밖에 안돼?” 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책임은 늘 이용자와 부모에게 있었는데요. 이번 메타 합의는 그 질문을 조금 바꿨습니다. “왜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하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기업은 아이들이 내려놓기 어렵게 만들었는가.”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7월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의 SNS 가입을 제한하고, 14~19세까지는 무한 스크롤과 추천 알고리즘 같은 기능을 단계적으로 막겠다고 밝혔거든요. 물론 공론화를 거친다는 말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요. 


문득 2011년 도입됐다가 실효성 논란으로 2022년 폐지됐던 ‘게임 셧다운제’도 떠올랐습니다. 한국 또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에 제대로 된 규제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매운 음식을 추천해 드립니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먹고 나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도 자주 가지만, 이상하게 한 달에 몇 번씩은 찾게 되는 매운 음식들. 떡볶이, 치킨, 라면, 라멘도 매운맛이 더해지면 중독성은 더 강해집니다.


불닭볶음면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매운 음식과 함께 땀을 훔치시면서 “소셜미디어 중독성 규제와 매운 맛의 차이는 무엇일까"를 토론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저도 코스트코에서 대량 구매한 신라면을 오늘 저녁 끓여 먹어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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