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영화제’.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광고계에도 ‘칸 광고제’가 있답니다. 바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인데요. 올해 칸 라이언즈는 지난 6월 말에 진행이 되었답니다.
이번 칸 라이언즈 2026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B2B, 데이터 부문 아시아 쇼트리스트에서는 일본과 함께 태국이 주요 부문에서 여러 자리를 확보하며 창의성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해 냈는데요.
특히 눈에 띈 건 VML Bangkok이 비료 브랜드 Tra Mongkut Fertilizer을 위해 만든 캠페인 'Soil Stay'였습니다. 광고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히 비료를 더 많이 팔자는 것이 아닌, 토양 건강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비료 브랜드와 농민의 관계를 ‘공급자’에서 ‘장기 파트너’로 재정의한 것인데요.
이 작품은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타겟팅 & 인게이지먼트(Targeting & Engagement), 장기적 브랜드 구축(Long-Term Brand Building)까지 무려 세 개의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나의 캠페인이 이렇게 여러 부문을 관통한다는 건, 그만큼 완성도와 확장성이 뛰어났다는 뜻이겠죠.
Soil Stay 캠페인은 태국 최초의 Creative B2B 부문의 골드 라이언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부문은 올해 수백 개의 출품작 중에 단 두 개만 골드 라이언을 받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하는데요.
VML 방콕 크리에이티브 총괄인 Park Wannasiri는 이 수상이 클라이언트가 전통적인 마케팅을 넘어서 장기적 투자를 결단해 준 결과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외에도 TV·온라인용 영상 광고를 심사하는 ‘필름(Film)’ 부문에서 태국은 실버 2개와 브론즈 2개, 그리고 ‘Film Craft’ 부문에서 브론즈 1개로 총 5개의 라이언을 받았습니다. 특히 필름 부문은 아시아 지역 전체에 5개 라이언이 수여되었고, 그중 4개가 태국이었다고 하니, 태국이 얼마나 광고 강대국인지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힘의 원천은
스토리텔링
이렇게 태국이 수십 년 동안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광고를 만들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사실 태국 광고 시장이 글로벌 광고 강대국들에 비해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커다란 무기가 있죠.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태국 광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1) 유쾌하게 소재를 풀어나가거나 (2) 감동적으로 스토리 (일명 새드버타이징;Sadvertising)를 풀어나갑니다.
이런 태국의 광고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 철학적/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글이 있는데요. 싱가포르 및 아시아의 영화 뉴스 매체인 Sinema.SG에 올라온 글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 에토스: 권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설득
- 파토스: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
- 로고스: 논리와 이성을 활용한 설득
-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카이로스(Kairos): 적절한 타이밍]으로, 좋은 광고는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2. 태국은 이미 1970년부터 광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이 시기 여러 로컬 광고 회사가 설립되었고 시상식도 생겨나면서 산업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3. 정부의 미디어 규제로 인해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4. 태국 광고는 유명 연예인의 스타성을 앞세워 제품을 판매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 바로 ‘파토스’에 더 집중한다는 것.
저는 개인적으로 (몇 편 밖에 안되지만) 태국의 광고를 보면서 하나의 굉장히 짧은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 잘 짜인 각본 + 반전의 서사까지, B급을 연기하는 S급의 향기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이 균형을 잘 맞췄기에, 태국의 광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업적 문화적인 특징 이외에도 태국이 광고를 잘 만들 수밖에 없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광고주가 간섭하는 않는 것’인데요. 이는 태국 광고 산업의 관행이라고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문화 차이인데요. 전문가들이 만든 처음의 아이디어를 수정 없이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국제 상을 휩쓴 또 하나의 비결이라니.. 약간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대단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