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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잊히게 된다

MORBID-19 · 2026.09.10 09:01 · 원문 보기 ↗

혹시 하영이라고 하는 배우가 친일파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건을 여전히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집안이 대대로 의사라고 자랑했다가 참교육을 제대로 당한 그런 사건이 있었다.

친일은 우리 사회의 원죄다.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는 영생을 누릴 수 없게 되었고 출산의 고통과 힘겨운 노동을 해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영처럼 너무 자랑을 많이 하게 되면 친일파라는 과거가 현재의 자신과 아무 상관없더라도 선악과를 따먹은 것마냥 심판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사회는 이 원죄라고 하는 것이 존재한다. 독일의 나치, 미국의 노예제, 영국의 제국주의가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마땅히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과거인 것이다. 그러나 세대를 거쳐가면서 원죄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지기 시작한다. 가인은 아벨을 죽였고 노아의 때에 이르러서 하나님은 세상을 홍수로 심판했다. 직접 사건을 겪은 자들은 후세대가 그 교훈을 계승하길 바라지만,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할 수 없다.

우리 증조할아버지 세대는 일제강점기를 직접 살았고, 할아버지 세대는 그 속에서 태어났고, 아버지 세대는 들으며 자랐고, 우리 세대는 별 생각이 없다. 그래서 아마 하영 또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친일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일제강점기는 1945년에 끝났다. 해방된 지 이제 80년이 조금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의 원죄를 점점 잊고 있다. 왜? 그냥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아예 관심 밖의 주제가 된 것이다. 세대를 거쳐가며 역사 속의 사건들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고 있는 것뿐이다. 정말 아무런 특별한 동기가 없다. 나의 삶과 아예 상관 없는 일들이다.

원죄는 사회에 강력한 동기를 유발한다. 한 국가의 에너지를 한 곳으로 결집시키기도 하고 우리 도덕 양식을 형성하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원죄를 잊은 사회는 혼란해진다. 혼란은 분열을 불러오고, 다시 한 번 질서의 정립이 도래한다. 근데 이번의 정립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나 같은 놈이 미국 정치를 보면서 혀를 차고 호주에서 날라온 콤부차를 마시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의 원죄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결정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차 대전은 우리가 사는 세계화된 사회의 원죄를 정해준 사건이 되었다. 우리는 현재 인종 차별과 전체주의는 나쁘고 포용과 민주주의가 옳다고 믿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곧 이게 왜 그런지 잊을 것이다. 우리는 학살당해본 경험도 없고, 누군가의 독단으로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에도 조상이 친일파였음을 서슴없이 밝히고 자랑스러워하는 자들도 나타날 것이다. 이미 서구 사회에서는 그것이 나타나고 있다. 반유대, 반이스라엘 감정은 사상 최고조에 이르고 있고, 히틀러가 옳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에는 이 바람이 언제 불기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