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이지만 가장 이성적인 것들에 대하여
요즘따라 첫째 딸 육아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간다. 밥을 먹일 때, 재울 때, 등원시 옷을 입힐 때,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최근엔 어린이집에서 수족구 병을 얻어와 1주일간 첫째와 격리를 하고, 아내는 둘째를 전담하며 각자 나름의 독박육아로 가득찬 한 주를 보냈다. 다행히 첫째는 잘 회복하고, 둘째는 엄마 젖을 먹고 토실토실하게 자라며 처음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아이를 갖기 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아주 오랫만에 일요일 저녁에 아끼던 와인 한 병을 깠다. 너무 피곤했고 무조건 다음날 후회할 걸 알았지만, 지옥같았던 일주일을 잘 버텼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한 잔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우리 애들이 얼마나 이쁜지에 대한 대화를 안주삼아 한 주를 마무리했다.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5년, 결혼을 하고 딸 둘을 키우면서 나는 늘 지쳐 있었는데, 왜 이 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으로 자리잡아 있을까.
곱씹어볼수록 누군가와 같이 살기를 결정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결정은 너무나도 비이성적이었다. 대부분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눈치보지 않고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살고 싶어한다. 다를 수밖에 없는 타인과 평생을 약속하고 함께 산다는 건 매우 불편하고, 그다지 정상적인 결정이 아닐 수 있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일은 더하다. 여성의 임신 및 출산 과정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롭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수명이 짧아진다고 느껴질 정도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침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이성적인 선택이었다. 내가 온전히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포즈를 했고, 아이를 키우며 아빠로써 사는 삶을 평생 꿈꿔왔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갖게 된 것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합리적인 선택은 결국 우리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과 육아는 내가 평생 겪어보지 못한 기쁨을 주었다. 살면서 겪었던 모든 고통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행복이다. 이 결정이 없었다면 지금 느끼는 행복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내게 큰 영향을 준 선택이다.
그래서 요즘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고민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먼저, 과정이 견딜 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데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건 미련한 일이다. 결혼과 육아에는 당연히 어려움과 고통이 따른다. 다만 그 과정이 견딜 만하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혹은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삶의 일부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힘든 걸 같이 할 만한 사람과 결혼도 하고 육아도 해야한다.
그리고 함께라면 그 고통을 씻어내는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도 느낀다. 1주일을 풀로 일과 육아에 녹초가 되었지만, 아이들을 재우고 첫 잔을 비우는 순간 모든 피로가 씻겨나갔다. 함께 있는 시간과 대화가 그만큼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결국 본인이 진심으로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이나 육아를 두고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본인이 무조건 원해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이고, 남의 의견 때문에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애초에 본인이 얼마나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 모두 각자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링컨은 말했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고.
지난 일요일 밤,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눈 대화가 딱 그랬다. 힘들었던 한 주였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