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본소득을 지키는 당이었구나
2026년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애초에 용혜인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부터 전문성과 적합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다음이었다. 용 후보자는 장관이 되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현행법은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다. 왜 굳이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용 후보자가 밝힌 이유는 꽤 솔직하다.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명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연합 명부를 통해 당선됐다. 따라서 그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의 다른 사람이 의석을 승계할 수 없다. 현재 기본소득당이 가진 유일한 의석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 한 석에는 단순히 ‘원내정당’이라는 명예만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이 걸려 있다.
기본소득당이 2026년 2분기에 받은 경상보조금은 약 985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인 3분기에는 약 2억7,710만 원으로 뛰었다. 약 28배다. 정치자금법상 최근 총선에서 일정 득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정당이라도 ‘의석을 가진 정당’이면서 최근 전국단위 지방선거에서 0.5% 이상 득표하면 전체 경상보조금의 2%를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약 0.99%를 득표했고, 여기에 용혜인 의원의 단 한 석이 더해지면서 이 요건을 충족했다.
따라서 용혜인 의원이 사퇴해 기본소득당이 0석이 되면 현재 분기 약 2억7천만 원의 경상보조금을 가능하게 하는 2% 정액 배분의 ‘의석 보유’ 요건도 잃게 된다. 단순 환산하면 연간 10억 원이 넘는 현금흐름이다. 물론 의원직을 내려놓는다고 기본소득당이 앞으로 어떤 종류의 국고보조금도 영원히 받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받고 있는 2% 정액 배분에는 용혜인의 한 석이 결정적인 조건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는지는 너무나 쉽게 이해된다. 용혜인 개인에게도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이 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기본소득당 입장에서는 더 절박하다. 유일한 의석을 지키고 원내정당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분기 수억 원 규모의 경상보조금까지 걸려 있다. 개인에게도 합리적이고, 조직에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 이상하다.
국회의원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이고 장관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다. 그런데 용 후보자가 왜 두 자리를 동시에 가져야 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자신이 사퇴하면 자기 정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는 것, 자기 정당의 의석이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의석에 연결된 상당한 공적 지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에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도 최선의 선택인지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인가 싶다. 우리는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세비를 지급하고 보좌조직과 의원실, 각종 의정활동 자원을 제공한다.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국가의 한 부처를 책임지는 장관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국회의원이 그 정도로 한가한 자리라면 모든 국회의원에게 본업 하나씩 가지라고 하면 된다. 변호사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국회의원을 하고, 의사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국회의원을 하고, 기업인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국회의원을 하면 된다. 그러면서 지금 제공하는 세비와 특권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그 자체로 한 사람이 전력을 다해야 할 만큼 무거운 공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관도 마찬가지다. 한 부처의 정책과 예산, 행정조직을 책임지는 자리다. 국회의원과 장관 모두 제대로 한다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워야 정상이다. 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장관직을 사양하면 된다. 장관으로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된다. 아마 이렇게 중요한 일을 동시에 다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면 힘들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 국회에는 요직 두 개 이상을 평균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 인재는 딱히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특히 이 모든 일이 기본소득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꽤 아이러니하다. 국민에게 국가가 정기적인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당이 지금 가장 절박하게 지키고 있는 정기적인 현금흐름 중 하나는 국가가 자신들에게 지급하는 경상보조금이다. 그리고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현재의 조건을 지탱하는 것이 용혜인의 단 한 석이다.
그래서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국민의 기본소득을 위한 당인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기본소득부터 지키는 당이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