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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책타래

#77 그러니까, 이게 에세이인 거지?

2025.02.11 15:00 · 원문 보기 ↗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책입니다. 모성에 관한 책인 점이 드러났으면 좋겠고, 그런 한편으로 자신의 '수많은 자아들'과 불화하는 날카로운 글쓰기의 매력도 드러났으면 싶었어요.


디자이너에게는 "분열, 서로 다른 자아의 역할 / 모성, 엄마와 딸, 보살핌. 이렇게 두 갈래로 주요 키워드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 몇 갈래 내용 중에서 가장 어필할 만한 부분이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아와 불화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눈부신 사랑인데요. (“내 울음은 근육과 젖으로 이루어진 언어 없는 동굴에서 나왔다. 아기를 내 안으로 도로 집어넣고 싶어서, 잡아먹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어떤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사랑이 잘 묘사되어 있는 책이기도 해요.) 자기 자신과 불화하는 모성이라는 측면이 표지에서 좀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잘 떠오르지 않네요." 같은 모호한 요청을 보냈는데요. '이야기'가 담겨 있으면서도 레슬리 제이미슨의 글쓰기가 품고 있는 파토스와 생동감이 살아 숨 쉬는 표지가 도착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출발점도 흥미로웠는데, 그 후기를 소개합니다.―편집자 Y
디자이너의 후기

레슬리 제이미슨이 글을 잘 쓴다는 말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책을 통해 그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요. '글을 잘 쓴다'는 게 무엇인지 몸소 체감했어요. 책을 읽는 내내 '그러니까 이게 에세이인 거지?'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솔직하고 가감 없는 내용과 특유의 문체 덕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면도 너무 상상이 잘되고요! 표지를 영화 포스터처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포스터 같은 느낌을 위해 구성은 1:2:1로 짰습니다. 하단 원제에도 포스터 느낌을 가미했어요. 처음엔 상단 한글 제목도 같은 형식으로 구성하려고 했는데 제목이 길어서 어색하더라고요. 잘 안 읽힌다는 단점도 있어서 약간의 텍스쳐를 주는 형태로 변경했습니다. (제목 부분은 최적의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여전히 아쉬움이 남네요..ㅎㅎ)

책은 엄마로서의 나, 작가로서의 나, 그리고 아내로서의 나 등등 서로 다른 자아의 역할이 분열하고 충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요. 원제 또한 SPLINTERS(쪼개지고 갈라짐)입니다. 책 전반에 찢기고 갈라진 이미지를 사용하여 분열과 충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중심이 되는 이미지는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와 옆에 놓인 노트북'을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모성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갖고 있기도 하고 상황도 밝지 않지만, 저는 책을 읽으며 힘을 받았고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우울하거나 무겁게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서체는 빈티지하면서도 리듬감이 있는 타이프라이프를 포인트로 사용했고, 표지와 본문 모두 밝은 톤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실물 책을 받아보시면 킥이 하나 있는데요! 표지에 무늬 에폭시를 넣어서 때 묻은 모습을 촉각으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ㅎㅎ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기도 없어서 워킹맘이 겪는 어려움보다 본인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에 더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타인의 삶을 생생하게 엿보며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또 그 삶이 흥미로운(!),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디자이너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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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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