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이끄는 자리』는 '의료'를 입구로 삼지만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그 안에서 서로를 돌보고 감내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관계입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오가는 보살핌과 응답, 느리지만 끈질긴 관계의 움직임들. 그것들이 이 책의 핵심이자, 표지로 전하고 싶은 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의료'는 구체적이고, '돌봄'은 추상적입니다. 여러 독자에게 가닿으려면 어느 정도는 의료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의료진의 손끝이나 병원의 시스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행해지는 작고 느린 움직임이 결국은 돌봄을 만들어낸다는 점—그걸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안고 디자이너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균형, 신뢰, 기다림, 관계,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조용한 응답 같은 것들이 표지에 담기면 좋겠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더없이 막연한 요청이었지만, 디자이너는 그것을 한 겹씩 천천히 풀어내며 응답해주었습니다. 누구의 얼굴도, 어떤 구체적인 장면도 없지만 색과 결, 구조와 여백 속에 이 책이 전하려는 돌봄의 감각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표지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디자이너가 머문 시간의 기록을 함께 소개합니다.―편집자 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