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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책타래

#102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

2026.08.11 15:00 · 원문 보기 ↗
개정판 작업에서 중요한 질문 한 가지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입니다. 제게는 그중에서도 후자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대답 자체가 이미 세상에 한번 소개된 책을 다시 선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내 손으로, 치앙마이』 개정증보판을 작업할 때는 그 답이 진작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독립된 책 한 권이 되기에도 충분한 분량의 시즌2 이야기! 그 정도 풍성함이라면 다시 소개하는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표지를 비롯한 만듦새는 시리즈의 기존 포맷과 비슷하게 가면 되겠고.

그렇게 다소 나이브한 마음으로 디자인 회의에 들어간 저는 ‘이 책을 어떻게든 최대한 멋지게 꾸며주고 말겠다’는 동료의 의욕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솔직히 말해보자면 노출 사철제본 책등에 레터링 디자인을 넣겠다는 포부 앞에서는 그 기세에 살짝 뒷걸음질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렇게까지? 제작기간도 확 길어지는데? 노출 사철제본이면 이미 제작에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데? 디자인 안 넣어도 충분히 예쁘지 않을까?

책이 나오고 572쪽의 종이가 묶여 만들어낸 넓은 책등에 시원스럽게 들어간 이다 작가님의 손글씨를 보는 순간, 언제나와 같은 교훈을 얻고 말았네요. 약은 약사에게,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편집자 만두

치앙마이! 한동안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어요. 기억하시나요? 그때 올라오는 콘텐츠들을 보며 저도 언젠가 치앙마이에서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고 꿈꾸곤 했는데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그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책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또 한 번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을 꿈꾸게 됩니다.


이 책은 이다 작가님의 <내 손으로> 시리즈에 속하는 책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기존 제작 방식인 노출 사철제본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어요. 표지 디자인 역시 유사하게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번 책은 치앙마이 편의 개정증보판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과 비슷하게 간다면 아쉬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좀 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표현해 전작과는 확실히 다른, ‘개정증보판’이라는 점이 한눈에 느껴지는 표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트북처럼 책 자체를 소장하고 싶어지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이다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저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야, 이거 봐봐. 진짜 웃기지 않냐?” “야야, 이거 먹어봐. 대박 맛있음.” 수다쟁이 친구가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내용도 많고, 와글와글 왁자지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한가득 펼쳐져 있다는 인상을 표지에서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본문 이곳저곳에서 이미지를 가져와 하나씩 붙여넣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노출 사철제본이라도 책등에 별다른 요소가 없는 책은 책장에 꽂았을 때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 이 책에는 디자인을 넣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특히 책등에 글자를 넣는 것은 처음 시도해보는 작업이라 제작 오류에 대한 걱정과 일정의 압박이 있었는데요. 제작부와 인쇄소에서 꼼꼼하게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잘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본된 책을 실제로 받아보기 전까지 ‘잘 나올까?’ 하는 걱정과 기대가 반반 섞여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띠지가 높게 올라가는 레이아웃이라 큼직하게 들어가는 영문의 형태가 전체적인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컸고, 여러 가지 방향으로 시안을 준비해보기도 했어요. 작업 과정에서 작가님께서 제가 제안드린 것보다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보내주셔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본문은 모든 페이지를 스캔한 뒤 먼지와 얼룩을 지우고, 최대한 원화의 쨍하고 선명한 색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보정했습니다. 책의 유일한 활자가 될 쪽번호는 태국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서체를 찾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고는 정말 환호성을 질렀답니다.(TMI를 하나 덧붙이자면, 쪽번호 서체의 이름은 ‘Cafe Romantique’예요. 태국스러운 서체를 찾아놓고 이름은 전혀 태국스럽지 않다는 아이러니함에 혼자 피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AI가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수작업의 흔적과 기운을 온전히 느끼는 경험은 점점 귀해지는 것 같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 역시 대부분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지지만, 이 책만큼은 곳곳에 수작업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어 저 역시 ‘내 손으로, 북 디자인’을 체험한 기분이 듭니다.
책을 만나는 분들도 잠시나마 치앙마이의 유쾌하고 왁자지껄한 에너지를 느끼고 저처럼 ‘나도 언젠가 치앙마이에서 한 달쯤 살아볼까?’ 하는 마음을 품게 되면 좋겠습니다. 치앙마이 제가 언젠간 갑니다~✈️―디자이너 N
🌴지금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치앙마이🌴

창문을 열면 보이는 치앙마이의 풍경과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을 전시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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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6. 7. 29. ~ 2026. 9. 8.
📍장소: 땡스북스(서울시 마포구 양화로6길 57-6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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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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