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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책타래

#86 이게 바로 운명적인 만남!

2025.09.02 15:00 · 원문 보기 ↗
반비 책타래 #86 이게 바로 운명적인 만남!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을 디자인하며

하나, 레즈비언 연애, 데이팅 앱, 진보 정치와 대통령 선거, 엄마 등 수많은 키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의 단어를 꼽아 보자면 ‘사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친구와 결별하는 ‘망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해, 엄마와 친구들, 진보 정치 그리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 이르기까지…… 사랑 없이는 해낼 수 없는 투쟁과 연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디자이너에게 처음 원고를 소개하며 ‘사랑’이 엿보이는 이미지들을 많이 건넸던 것 같아요.


둘, 확정된 제목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을 심미섭 작가에게 전했을 때 “인드라망이 떠오른다”며 좋아해 주었습니다. 불교 용어 인드라망은 마디마다 구슬이 달린 넓은 그물이 세상을 덮고 있으며, 이 구슬들끼리 거듭 서로 비추어 주는 관계가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즉 세상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뜻하는 말이지요.


셋, 그렇다면 사랑에 얽매여 있(었)다는 공통점을 지닌 디자이너와 저자도 연결되어 있던 걸까요?(만난 적도 없는데?) 마치 약속한 듯, 책의 판형과 저자가 쓰던 일기장의 크기가 놀랍게도 일치하며 운명적인 표지 디자인이 탄생했는데요. 사랑과 일기 쓰기를 너무나도 뜨거운 디자인으로 엮어 낸, 사랑만능주의자가 읽은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이야기를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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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후기

처음 원고를 받고 ‘ㅋㅋㅋ’을 여기저기 적으며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매우 솔직하고 담대한 이야기에 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으로 제목이 정해졌을 때 반복되는 구성 안에 단어만 바뀌는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 대신’ 선택할 건지 다짐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디자인으로 이 감상을 살려 보고자 소괄호( )를 장치로 넣었어요. 비어 있는 괄호에 내가 선택한 것을 채운다는 느낌이랄까요.


일기로부터 시작된 글이기도 해 일기장의 형태를 차용해 부제를 넣어주었습니다. 얼마 전 심미섭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작가가 쓴 일기장도 똑같은 빨간색이더군요! 어떻게 이런 우연이?! 빨간색은 편집부에서 제안한 색이었는데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해주었다’고 밖엔 설명이 안되네요. 😙

저는 이 책이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투쟁도, 복수도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고 결국 사랑으로 맺음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TMI지만 저는 사랑만능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좀 정도가 덜하지만요. 크고 다양한 사랑이 담긴 원고를 따라 읽으며 잊고 있던 제 안의 사랑력(力)을 한껏 끌어올리게 된 것을 보면, 심미섭 작가도 분명 저와 같은 사랑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심미섭 작가의 투쟁과 복수의 마음을 형상화해 사랑(❤️) 안에 넣는 이미지로 제작했습니다. 


본문 서체는 펜글씨체와 유사한 것을 골랐고, 디데이 형식을 살려 오늘 날짜가 디데이에 가까워지며 선거 캠프에서의 노동 기간 중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작업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가득 채운 사랑과 정열로 또 씩씩하게 나아가시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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