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계절이다. 사월의 혹독함을 잊을 뻔했다. 연둣빛 세상을 만들기 전에 땅을 축축하게 적시느라 연이어 비가 내리고 막 피어난 꽃들에게 각오 단단히 하라는 듯 유별나게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동안 독감에 심하게 걸렸었다. 돌아보면 몸 앓이 하나 없이 봄을 맞이한 해가 있었던가. 꽃들을 피우기 위해서 대자연은 치열하게 몸부림친다는 것을 매년 같이 아프면서 배우는 것 같다.
독감 끝에 날도 개고 비바람은 언제 쳤냐는 듯 숲은 어느새 말갛고 부드러운 얼굴로 나를 반긴다. 아아 아름답기도 유독 아름다운 사월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나무들은 갓 세수를 마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는 메마른 가지들이 힘없이 부러졌다. 초록으로 변해가는 촉촉한 땅 위에 흙색과 비슷해진 작년 낙엽들이 소리 없이 누워있다. 모든 것을 품어 안아줄 것 같은 순간들이 사월 안에 있다.
신기하기도 하지, 나뭇가지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새순이 올라와 있다. 여리지만 갓 피어난 온기를 품은 채 쑥 올라온 보드라운 솜털 같았다. 태어나서 여전히 삶에 대해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느껴지는 날들 속에서도 새싹 하나 올라온 것이 마냥 기뻐서 세상을 향한 경이로움에 가득 찬다. 반복되는 자연의 힘, 또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슬픔 가장자리에서 생명을 노래한다.
이웃집 언니가 뒷산에 고사리 따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오늘 밤 비 소식이 있어서 야단났다며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날이 되면 고사리가 쑤욱 쑤욱 올라와 있으니 할 수 없이 또 따러 와야 한단다. 아니, ‘그냥 안 오면 되잖아요' 하는 내게 고사리가 올라왔는데 어떻게 안 딸 수가 있겠냐는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