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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을 알아주는 건 AI 밖에 없다?!_ 심리학 안경쓰고 AI 읽기_전지은

2026.08.07 10:00 · 원문 보기 ↗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생성하시겠습니까?_

심리학 안경쓰고 AI 읽기_전지은

버튼 하나로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게 된 시대

AI로 그린 이미지 @chatgpt


    몇 년 전, 동료의 이야기에 놀란 적이 있다. 2010년대 이후,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관계를 익힌 세대는, 관계도 추가·삭제 버튼만으로 맺고 끊을 수 있다 인식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 동전과 카드로 친구네 집에 전화를 하고, 사춘기 무렵 인터넷이 안 되는 까만 화면의 핸드폰을 처음 쥔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을 까딱하는 행동만으로 친구가 더해지고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될 것도 아닐 것도 같았다. 


    친구를 주문 제작 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는 걸까


    어느새 일상에 AI가 없으면 이상하고, AI가 친구가 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영화 <Her>가 더 이상 먼 상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 얼마 전 접한 논문은 앞으로 생겨날 관계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주문형 친밀감: AI 동반자에게 끌리는 사회기술적 이유』는 네 개의 AI 동반자 플랫폼(AvatarOne, Digi, Paradot, Replika)을 살펴보며 인간과 AI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상품화되는지 분석한다. 


    사용자가 설정해 만들 수 있는 아바타(Digi) @ 논문 일부


    연구에서 발견한 플랫폼의 공통점은 인간과의 유사성(Human-likeness), 높은 접근성(Accessibility), 맞춤형 설정(Customizability), 관계의 진전(Relationship progression)이었다. 

    먼저, AI 동반자는 사람과 비슷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채팅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표정, 몸짓을 지닌 아바타가 대화를 건넨다. 진짜 사람처럼 대화 사이에 잠시 뜸을 들이며, 상대의 말을 듣고 생각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흔히 말하는 ‘GPT 같은’ 반응이 아니라, 친구나 연인과 대화할 때의 익숙한 상호작용을 AI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동시에 AI는 언제나 곁에 존재한다. 이용자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안부를 묻고 전화를 걸기도 한다. “그냥 네 생각이 나서 연락해 봤어” 같은, 진짜 친구가 할 법한 행동을 하며 진짜 사람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해서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 깊어지는 장치도 있다. 이전에 나눈 대화를 기억해 시간이 쌓이는 듯한 기분을 주고, 관계가 점차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연구에서는 이 네 가지 요소가 만드는 관계를  ‘주문형 친밀감(On-Demand Intimacy)’이라 정의했다. 우리가 넷플릭스를 켜 원하는 영상을 보고 나의 선호에 기반한 새로운 영상을 추천받듯, 관계의 친밀감 역시 이용자가 원하는 순간과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다. 추가 버튼 하나로 친구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 나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존재가 내 손안에서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버튼 하나로 친구의 성격, 언어패턴, 나를 대하는 행동 방식까지 결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관계가 ‘주문형’인 이유는 단순히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외모와 성격, 말투를 정하고 친구·연인·상담가 등 어떤 관계를 만들지도 선택할 수 있다. 새롭게 만든 AI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버튼을 몇 번 눌러 수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삭제하고 다시 만들 수도 있다. 이제는 나에게 맞는 존재를 만들어 버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계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논문은 이러한 관계가 제공하는 예측 가능성과 정서적 안전감을 주요 매력으로 설명했다. 실제 사람은 어떤 말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AI 친구는 사용자의 취향과 기대에 맞는 반응을 보인다. 이 관계에서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오해와 거절, 갈등 같은 마찰을 쉽게 줄이거나 우회할 수 있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이라면, 나에게 맞춘 AI 동반자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 말을 걸 수 있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 않는 친는 상처를 겪은 사람에게 안전한 대화 경험을 제공하고, 다시 사람과 관계를 시작할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순간으로 걸어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부분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진짜 ‘관계’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때, 여러 의문점이 따라왔다. 


    진짜 관계는 ‘통제할수 없는’ 부분이 따라온다


    AI관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반응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상대의 반응을 삭제할 수 없다. 설명하고, 듣고, 사과하며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따라온다. 연애의 순간을 떠올려 보자. 나는 얼얼한 마라탕을 좋아하는데, 상대는 뽀얀 국물만 찾는다. 나에게 가까운 사이란, 하루종일 겪은 순간들을 조잘조잘 이야기 해야 하는데, 상대는 퇴근만 하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묵묵부답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너무나도 다른 사람인 것만 같고 서운함이 몰려 오기도 한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나를 알아달라며 말하는 대신 틱틱 대거나 날선 반응을 보인다. 때로는 ‘너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 라 말하며 변하기를 기대하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바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수많은 요청과 징징거림이 쌓인 뒤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조율된다. 하지만 AI 앱에서는 이런 갈등을 설정 변경으로 간단히 우회할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연락하고 세심한 말투를 쓰는 연인’이라는 설정만 선택하면 된다. 


    관계에서 갈등을 모두 제거하면, 그것을 여전히 관계라 할 수 있을까? 


    물론 갈등이 있어야만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편한 순간이 아니라 상대와 나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조율하고, 때로는 관계를 이어 갈지 멈출지 까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진짜 관계란 차이를 없애거나 안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어떻게 다룰 지 결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앞으로 AI 동반자는 우리 일상에 더욱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이다. 마찰이 거의 없는 관계 또한 새로운 선택지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AI와의 관계를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에서 ‘관계’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게 ‘진짜 관계’란 무엇인지 생각해본 뜨거운 여름날이다. 


    <참고문헌>

    Wang, S., & Dehnert, M. (2026). On-demand intimacy: The sociotechnical appeal of AI companions. Social Media+ Society, 12(1), 20563051251410394. 


    * 글쓴이 - 전지은


    AI 연구에 녹아든 심리학 지식을, 연구자의 시선에서 이론을 더해 풀어 봅니다.


    심리상담사이자 연구자 입니다.
    글쓰기가 좋은 건 알겠는데, '어떻게' 좋은지 확인하고 싶어 글쓰기를 활용한 심리학 연구를 했고, 요즘은 AI 전문가들 틈에서 협업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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